"쌍끌이 승리" 충남 간 이재명과 민주…박완주 악재에 휘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6·1 지방선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왼쪽)이 12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에서 열린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양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6·1 지방선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왼쪽)이 12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에서 열린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양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대선 패배 후 첫 지역 방문지로 충남을 찾으며 본격적인 6·1 지방선거 지원전에 돌입했다. 이 위원장은 12일 오후 충남 천안에서 열린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 함께 참석했다. 

민주당 상징인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이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제가 (보궐선거에 출마한) 인천에 집중해야 할 때인데, 첫 번째 공식 외부 지원 활동을 나왔다”며 “반드시 양승조가 이겨야 하기 때문에, 또 이길 수 있기 때문에 함께 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이번 충남 선거는 이번 지방선거의 핵이자 관건”이라며 “반드시 이겨서 민주당 지방선거 승리의 견인차가 돼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박완주 성비위’ 돌발 변수…서울 지역 행사 취소

하지만 이날 이 위원장의 ‘직접 등판’에도 캠프 개소식은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였다. 하필이면 선거사무소가 위치한 충남 천안에서 3선을 지낸 박완주 의원(천안을)이 성비위 의혹으로 이날 당에서 제명됐기 때문이다. 양승조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는 행사에 앞서 민주당 충남지역 의원들과 함께 “불미스러운 사태를 맞은 것에 대해 같은 당 동료로서, 충남을 이끌어가는 한 명의 당원으로서 깊이 사죄드린다”며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후보(왼쪽에서 다섯번쨰)와 충남 지역 의원, 후보들이 양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앞서 성비위 혐의로 제명한 박완주 의원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뉴스1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후보(왼쪽에서 다섯번쨰)와 충남 지역 의원, 후보들이 양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앞서 성비위 혐의로 제명한 박완주 의원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뉴스1

뒤이어 연단에 올라온 민주당 지도부도 잇따라 고개를 숙였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도민 여러분께서 기대하셨던 좋은 정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도 “성폭력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고 당내 성비위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또 사고가 터졌다. 제가 많이 부족했다”며 두 손 모아 사과했다.

‘전략 요충지’ 충남에서 잔칫날 터진 대형 악재에 민주당은 종일 술렁였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충남이 최고 격전지였는데, 박완주 건으로 치명상을 입었다”고 말했고, 서울 지역 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건으로 안희정·박원순 사건까지 소환되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이 위원장이 이날 참석하기로 했던 서울 지역 행사도 전격 취소됐다. 당초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캠프는 이 위원장의 대선 마지막 날 집중 유세 장소였던 서울 청계광장에서 이날 저녁 7시쯤 ‘서울지역 필승결의·공명선거 다짐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행사는 박 의원 제명 결정 직후 갑자기 취소됐다. 송영길 캠프는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존중했다”고 밝혔으나, 당내에선 “그만큼 당 전체가 충격에 빠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쌍끌이 승리’ 플랜에 타격…李 수사까지 ‘쌍끌이 악재’ 우려도

이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6·1 지방선거에서 충청권과 수도권에 당력을 집중해 ‘쌍끌이 승리’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이 위원장이 직접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직접 출마한 이유가 ‘수도권 바람몰이’를 위한 것이고, 이날 첫 지역 행선지로 충남을 잡은 것 또한 ‘쌍끌이 전략’의 일환이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이런 전략에 대해 “충청권에서 두 곳, 그리고 경기지사·인천시장 선거에서 이기면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 17곳 중 8~9곳 승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그간 내부적으로 호남 3곳(광주·전남·전북)과 제주를 ‘우위 지역’으로 분류해 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6·1 지방선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충남 천안시 쌍용동에서 열린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땀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6·1 지방선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충남 천안시 쌍용동에서 열린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땀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충남 지역 중진 의원의 ‘성비위 제명’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 위원장이 지사직을 지낸 경기지사 선거가 예상 밖 접전을 보인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MBC·코리아리서치의 경기지사 후보 지지율 조사(7~8일)에서 김동연 민주당 후보는 35.7%,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36.0%로 접전이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지지율 반등의 불쏘시개로 나선 이 위원장을 향한 검·경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불안 요소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지난 2일 ‘성남FC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고, 지난달 4일 ‘법인카드 의혹’으로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한 경기남부경찰청은 영장에 이 전 지사 부부를 피의자로 적시했다. 이른바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선 수원지검이 지난 3월 대선 종료 직후 이 위원장의 최측근 변호사들을 소환 조사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수도권 전략은 이 위원장을 때리면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이라며 “자칫 수도권과 충청권이 함께 무너지면, 이명박 정부 초기처럼 ‘호남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4·9 총선에서 민주당은 호남과 충북·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패했고, 의석수도 136석에서 81석으로 쪼그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