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경기도정이 ‘천수답’ 행정이 된다. 국회에선 민주당이 다수당이다.”(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왼쪽)와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6·1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첫날인 12일 KBS 주최로 열린 경기지사 후보 TV토론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정부와의 협력”을, 김동연 민주당 후보는 “국회와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맞붙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부터 김은혜 후보는 “김은혜가 하면 윤석열 정부가 한다”며 여당 후보임을 강조했다. 특히 김 후보는 경기 최대 현안인 교통 문제에 대해 “GTX 같은 건 인·허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모든 게 다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로부터 백번, 천번이라도 예산을 가져와야 한다”며 “경기도민을 위해서라면 (중앙정부) 바짓가랑이를 붙들고라도 하나라도 더 가져오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동연 후보는 김은혜 후보의 주장에 대해 “그러면 경기도정이 ‘천수답(天水畓·빗물에만 의존하는 논)’ 행정이 된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는 “저는 경제부총리, 국무조정실장을 하면서도 광역자치단체장이 어느 당 소속인지를 보고 정책을 결정한 적이 없다”며 “경기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중앙정부와 관계를 분명하게 설정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이 가장 큰 파열음을 낸 건 GTX(수도권 광역 급행철도) D·E·F 노선 신설 문제를 놓고서였다. 김동연 후보는 김은혜 후보를 향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서 GTX D·E·F가 다 빠졌다”며 “대선 공약 파기 아니냐”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김은혜 후보는 “국가철도계획에 반영되려면 용역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미 인수위원회와 대통령실이 (하기로)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 용역은 야당이 아니라 정부가 한다. 야당이 아무리 170석을 강조해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동연 후보는 “공사 중이거나 곧 착공 예정인 사업들은 예산 확보를 해야 한다”며 “(예산을 심사하는) 국회 다수당이 민주당이다”라고 강조했다.
전임 경기지사인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도정을 놓고서도 공방이 벌어졌다. 특히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을 놓고 두 사람은 신경전을 벌였다. 김은혜 후보가 “대장동은 김동연 후보에게 어떤 사건이냐”고 묻자 김동연 후보는 “지나간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논쟁을 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김은혜 후보는 재차 “그럼 제2, 제3의 대장동은 어떻게 막을 건가. 불리하다고 에둘러 넘어가느냐”고 파고들었고, 김동연 후보는 “불리한 거 하나도 없다.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되받았다. 그러고는 “경기지사가 되면 절차를 투명히, 공정히 하고 초과이익은 도민께 돌려드리겠다”고 반박했다.
법원 결정으로 이날 토론회에 참여하게 된 후보들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하는 전술을 썼다. 무소속 강용석 후보는 두 후보를 묶어서 “공약의 아무 차이가 없는 ‘김남매’”라고 몰아붙였다. 강 후보는 “두 후보 공약은 사골도 아니고 옛날 공약을 우리고 또 우린다. 또 너무 비슷하다”며 “일부는 실제로 다 하고 있는 사업들”이라고 했다. 특히 김동연 후보를 향해선 “이재명 고문을 비판하다가 이제와서는 계승하겠다고 한다”며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영화가 생각난다”고 꼬집었다.
황순식 정의당 후보는 “야당이 ‘다수당이니까 잘 할 수 있다’, 여당이 ‘대통령이 있으니까 잘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며 “어느 분이 도지사가 되든 다른 후보가 경기도 교통 문제 대책위원장을 맡아서 초당적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강·황 후보 사이의 신경전도 있었다. “소상공인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 강 후보를 향해 황 후보가 “그럼 강 후보도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면 되는데 왜 (국민의힘에) 복당하려고 하느냐”고 묻자 강 후보는 웃으며 “잘 새겨듣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