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특수견을 위한 복지단체를 운영 중인 권영율(44)씨의 얘기다. 대형견 입마개가 보편화하지 않았을 때 40kg이 넘는 크기의 인명 구조견과 거리를 나설 때면 늘 행인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욕설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는 “특수견들은 사람을 위해 평생을 바쳤는데 너무하지 않나”라며 아쉬워했다.
‘특수목적견’으로도 불리는 특수견은 인명구조, 탐지 등을 수행하기 위해 특수 훈련을 받은 개다. 특수견은 현재 경찰청, 소방청, 국방부, 관세청 등 정부 부처와 민간 등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실종자를 찾는 인명 구조견, 시각 장애인을 돕는 안내견, 불법 물품 반입을 방지하는 검역·마약 탐지견, 목조 건물의 훼손을 막는 흰개미탐지견 등이 있다.
후각 뛰어난 특수견들, 평생 일한다

은퇴한 특수견을 위한 복지단체 '아워비전'을 설립한 권영율(44) 대표. 함민정 기자
“사납게 생겼다” 시선에 근육 퇴화까지 ‘이중고’
직업병도 겪는다. 특수견은 현역 때 근육을 많이 사용해 은퇴 후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급격히 근육이 퇴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운동선수와 비슷하다”는 게 권씨의 설명이다. 그는 "특수견은 반복적인 훈련에 익숙해져 이를 벗어나도록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며 "이를테면 인명 구조견은 사람의 체취가 남아있으면 반사적으로 짖는다. 은퇴 후엔 이제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해주고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목적견의 처우 개선에 힘쓰고 있는 비영리단체 '아워비전'의 권영율(44) 대표의 모습. 과거 경북소방본부 119특수구조단 소속으로 재난 현장에 121회 출동해 13명의 인명을 구조했던 특수견 비전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아워비전 제공
평생 희생한 특수견…‘관심’ 갖는 움직임

13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특수견. 강민지 인턴
특수견 종합 관리 시스템 없다
20년간 특수견 훈련 등을 해온 권씨는 “해외에서는 특수견이 은퇴하면 동상을 세워주는 등 노고를 인정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은퇴한 특수견을 위한 센터 설립 등 사후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