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역 인근 대통령실 출입구(미군기지 13번 게이트) 주변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지난 11일 성소수자 단체가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무실 100m 이내 집회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법원이 일부 인용하면서 향후 집무실 주변 집회·시위도 확대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경찰, “대통령 집무실 주변 집회 금지하겠다”
경찰이 기존 방침을 고수하자 참여연대도 21일로 예정된 국방부와 전쟁기념관 앞 집회에 대한 금지통고가 부당하다며 지난 13일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3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 관련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관저·집무실 분리되면서 혼선
현행 집시법 제11조는 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를 규정하고 있다. 100미터 이내에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못 하는 장소로, 국회의사당(1호)과 각급 법원·헌법재판소(2호),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공관(3호) 등을 규정하고 있다. 1, 2호의 경우는 국회와 헌재·법원의 기능을 침해할 우려가 없을 때는 집회 등을 허용해줘야 한다며 집회의 자유를 더 보장하는 단서를 달았다. 반면, 3호엔 그런 단서를 두지 않아 사실상 100m 이내 집회를 더 어렵게 규정하고 있었다. 즉, 과거엔 대통령 집무실(청와대 관저) 주변 집회가 국회의사당이나 법원 주변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됐던 셈이다.
국회·법원 앞보다 집회 더 자유로워져
최근 국회나 법원·헌재 주변의 집회 자유도 더 폭넓게 허용하는 추세이기는 하나 경찰 측은 “국회나 법원과 달리 대통령 집무실은 대통령 개인뿐만 아니라 관련 업무가 24시간 돌아간다”며 집회 금지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과 여권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가 제왕적 대통령제 탈피와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집회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소통을 하겠다는 것과 집회·시위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며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여당 “집무실도 집회 금지 구역에 추가” 법안 발의
그러나,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도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대통령 집무실 주변 집회를 허용해도 현실적으로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지난 14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구간을 포함하는 공간에서 진행된 무지개행동의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기념대회’ 행진은 교통 혼잡을 빚기는 했지만,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 회원들의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기념 행진으로 도로가 정체를 빚고 있다. 이날 무지개행동은 용산역을 시작해 대통령 집무실을 거쳐 이태원광장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뉴스1
“경찰·시민단체·경호처 모여 ‘soft-law’ 마련해야”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엔 집회 시위를 규제하는 흐름이었는데 지금은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집무 중일 때와 퇴근했을 때, 교통량이 많을 때와 적을 때의 집회 양상이 달라져야 한다”며 “경찰과 시민사회, 대통령경호처가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야 된다. 경성 규범(hard-law)이 아닌 연성 규범(soft-law)에 기반해 서로 양해하며 관용하는 룰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