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호 Chief 에디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임명 이래 그는 항상 뉴스의 중심에 서 있다. 일단 '한동훈 현상'이 화제다. 청문회 이후 그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팬덤 성격도 보인다. '재미없는' 장관 취임식 동영상이 조회수 100만을 훌쩍 넘겼고, 고민정·이수진 등 야당 의원과의 '설전' 동영상의 조회수도 엄청나다. 권력에 맞선 이미지에 조리 있는 말솜씨가 더해져 그런 모양이다. 공직자 인사검증 조직을 한 장관 직속으로 두게 된다는 소식은 논란을 불렀다. 검찰 인사권을 쥔 한 장관이 공무원의 인사 정보까지 갖게 되면 그 힘은 그야말로 막강해진다. 없어진 민정수석의 업무를 맡게 된 건데, '한동훈의 법무부'가 무소불위가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적잖다.
한 장관은 그 자체로 논쟁적 인물이다. '한동훈 현상'을 만들 만큼 매력적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민주당과 그 지지층에겐 정반대의 인물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한 장관은 사심 없는 원칙주의자다. 법과 원칙대로 하려고 애쓸 것이다. 그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보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직진하는 스타일로 야당과의 관계 개선 여지는 없다"고 잘랐다.
그런 '한동훈의 미래'가 궁금하다. 취임한 지 열흘도 안 돼 팬덤을 만들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대통령과 동지적 관계인 그가 민정수석 역할까지 하게 되면서 '소통령'이란 말까지 나온다. 그럴수록 그가 과연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싶어 불안해 보인다. 권력도, 인기도 무서운 거라서다. 그것도 짧은 시간에 생긴 권력과 인기다. 권력은 오래 머물지도 않으며 과하면 사달이 나기 십상이다. 팬덤이란 것도 잘못하면 언제든 독이 될 수 있다.
한 장관은 취임 바로 다음 날 검찰 최고위급 인사를 통해 '윤석열 사단'과 '특수통'을 전면에 배치했다. 전 정부에서 승승장구한 인사들은 모두 좌천시켰다. 물론 바로잡는다는 명분을 내세우겠지만 윤석열 사단을 모조리 날리고 그 자리에 자기 사람들을 채운 '추미애식 인사'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이들이 가득한 검찰 수뇌부가 과연 공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들만의 공정'이 만들어지지는 않을까 싶어서다. 무엇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남에게는 독선적으로 비칠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지난 정권이 잘 보여주지 않았나. 그래선 안 된다. 한 장관은 '정치 보복'을 우려하는 야당의 우려가 상상 이상으로 깊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 장관은 이제 더 이상 검사가 아니라 정무직 국무위원이다. 그동안 정의가 법의 잣대, 즉 칼로 이뤄진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이제는 더 넓게 보고 더 깊게 듣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야당과도 언제까지 대립만 할 텐가. 더 성숙해져야 한다. 이제 한 장관도 정치의 영역으로 넘어오지 않았나. 윤석열 정부에 '한동훈의 성패'가 한없이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