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울진산불 이틀째인 29일 오전 산림청 대형 산불진화헬기가 근남면 행곡리 산불 발생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경북 울진군 산불의 주불이 이틀 만에 잡혔다. 열흘 만에 주불을 끈 3월 울진 산불과 비교하면, 진화까지 걸린 시간이 상당히 짧은 편이다. 그만큼 피해면적도 확 줄었다. 산림당국은 산불 발생 초기 투입한 소방헬기 규모와 잦아든 바람을 진화 작전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9일 행정안전부와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은 28일 낮 12시6분 경북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에서 발생했다. 울진군은 불에 잘 타는 소나무 등 침엽수림이 넓은 면적에 분포해 있다. 침엽수림은 나무 윗부분까지 타는 ‘수관화(樹冠火)’가 발생하기 쉽다. 수관화는 나무의 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만을 태우며 빠르게 지나가는 산불을 의미하며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더욱이 울진 지역은 건조한 날씨로 산지가 바짝 메마른 상태였다는 게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의 설명이다.

지난 28일 경북 울진군 근남면에서 산불이 발생해 불길이 산을 뒤덮고 있다. 사진 산림청=뉴스1
전국 산불상황 안정에 장비·인력투입↑
당국은 산불진화 헬기의 경우 전날보다 5배가량 증가한 36대(산림헬기 28대 포함)를 띄웠다. 특히 산불진화 대원은 1510명으로 늘었다. 결국 이날(29일) 오전 11시40분쯤 주불을 끌 수 있었다. 화재 발생 23시간34분 만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울진 외) 전국에 산불 발생 상황이 많지 않아 산불진화 헬기와 인력을 집중해 투입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의 노하우와 (소방·경찰·군 등과의) 유기적 협조 체제 덕분에 산불을 (보다) 빨리 진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울진읍 읍남리 보광사에서 스님이 전날 발생한 산불로 전소된 대웅전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다. 뉴스1
3월 울진 화재 땐 전국서 산불 잇따라
이번 울진 화재는 영향구역 인근에는 국가 주요 산업시설이 조성돼 있지 않았다. 다만 인근의 수령 300년 된 수산리 굴참나무와 수령 350년의 행복리 처진소나무가 각각 천연기념물 제96호, 40호로 지정돼 있었는데 화마를 피했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29일 오전 경북 울진군 수산리 마을회관을 방문하여 구호물품 지원현황을 점검하고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위로하고 있다. 사진 행정안전부=뉴스1
약해진 바람도 주불 진화 가능케 해
반면 3월 5일엔 지역별로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12~21m에 이르는 강풍이 불었다. 불길이 강풍을 타고 확산하면서 진화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화재 발생 열흘째인 3월 13일에야 주불이 잡혔고 역대 가장 긴 산불로 기록됐다. 피해 규모도 축구장 1만9803개와 맞먹는 산림 1만4140㏊(삼척 2162㏊ 제외)가 탄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울진 산불의 정확한 피해 규모는 집계되지 않았다. 다만 산불영향구역은 현재 145㏊가량으로 추정된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사찰 대웅전 등 6곳 9동의 시설물 피해로 이어졌다. 산림당국은 “산불진화 헬기 10대와 열화상 드론 2대를 투입해 잔불 감시를 빈틈없이 할 계획”이라며 “산림청 조사감식반이 정확한 산불 발생원인과 피해면적 등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