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10여명, 집회 후 스트레스로 병원 치료
30일 경찰과 평산마을 주민 등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이 사저에 입주한 후 20일 동안 6~7개의 보수 성향 단체가 번갈아가며 거의 매일 마을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 단체는 짧게는 오는 6월 1일, 길게는 11일까지 집회 신고가 돼 있어 언제든 평산마을에서 집회를 열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인근 도로에서 보수단체가 문 전 대통령 비판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한 보수단체의 회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SNS 다 끊고 평범한 노인으로 살면 (평산마을에) 안 오겠다”고 말했고, 다른 보수단체의 회원은 집회 현장에서 “문재인 감방 갈 때까지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욕설 집회’…주민 “손주 따라해 경악”

지난 25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수 성향 단체 집회 및 1인 시위에 항의하는 마을주민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평산마을 주민 A씨(60대)는 “집회가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난다”며 “‘개XX’는 양반이다.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 때문에 집회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 욕설만 머리에 맴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A씨는 “손주가 왔었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가 그 욕설을 따라해 경악했다”며 말했다.
고성과 욕설이 반복되자 70·80대 고령의 마을주민 10여명은 불면증, 스트레스로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다른 마을주민은 “도회지도 아니고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니 노인들이 안 아플 수가 있나”고 한탄했다.

지난 26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 한 단체 회원의 차량에 문 전 대통령 시위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마을주민들의 피해 호소가 담긴 현수막(사진 왼쪽)이 걸려 있다. 뉴스1
사저 관계자 “욕설 관련 처벌 어떻냐” 물어
그간 문 전 대통령 측이 사저 앞 집회 관련해 법적 대응 등을 시사한 바는 없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집으로 돌아오니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反)지성이 작은 시골 마을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며 “양산 평산마을 주민 여러분 미안합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후 문 전 대통령 딸인 다혜씨는 지난 28일 트위터에 “이게 과연 집회인가? 입으로 총질해대는 것과 무슨 차이인가”라며 “증오와 쌍욕만을 배설하듯 외친다. 이제 부모님을 내가 지킬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지난15일 오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남긴 글. 연합뉴스
지지단체는 집회 반대 서명운동
사저 관계자는 3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저 앞 집회 고소 검토 건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확인해드릴 수 없다”며 “공식적으로 알릴 일이 있으면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마을회관에 문 전 대통령 비판 단체 시위로 인한 피해에 주민생활권 보장 호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