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처리로 경찰의 역할이 대폭 확대된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관계자가 드나드는 모습. 뉴스1
모든 히어로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주인공이 악당을 응징하는 부분이다. 평생 모든 돈을 날린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정, 이를 뒷받침하는 상당한 수준의 증거가 만나면 수사관은 실체적 진실 발견과 인권 보장이라는 수사의 목적을 잠시 망각하고 악당을 응징하는 히어로가 되려고 한다. 참혹한 범죄 현장을 앞에 두고 수사관의 객관 의무를 상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수사관이 아닌 히어로가 되고 싶은 나의 인간적 감정에 브레이크를 걸어 준 존재는 바로 검사였다.
검사는 기록으로 사건을 접하며, 형사의 감정에 공감하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본 검사의 새로운 해석과 의견은 히어로가 되려는 나에게 한 번씩 경종을 울려주었고, 수사기관의 객관 의무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솔직히 검사의 직언은 껄끄럽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유죄 확증 편향의 위험성을 안다면 그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할 수밖에 없고, 결론적으로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검사를 하면서 항상 가졌던 의문이 있었다. 경찰의 수사는 검사가 객관적인 시각으로 검토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찰보다 훨씬 더 큰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검사의 수사는 누가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까? 단지 사법시험에 합격한 검사라는 이유만으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지? 검사도 인간인 이상, 확증 편향을 스스로 이겨낼 수는 없다. 유죄의 확신을 품고 직접 수사하는 검사는 같은 상황에 놓인 경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일하게 다른 점은 경찰에게는 검사라는 감시자가 있다는 점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에 검사 선서가 걸려 있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속칭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인해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형사사법의 목표인 실체적 진실과 인권보장을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검사의 직접수사는 제3자적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면 객관적 관청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지게꾼의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 어떤 사건을 지게에 올릴 것인지, 어떤 사건을 경찰에게 돌려보낼 것인지 검토하고, 확인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객관적 시각을 견지하고, 경찰의 수사를 통제하는 역할이 바로 충실한 지게꾼의 역할이 될 것이다.
로담(Law談) 스페셜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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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석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전 사법경찰관/전 안산지청·영월지청·대구지검 검사. 전 삼성 미래전략실 변호사.

지은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