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관의 사직 인사글은 지난 15일 검찰 내 게시판 격인 ‘e프로스(e-PROS)’에 올라왔다. “이 (검사) 직업이 좋았다. 일하는 기준이 정의와 상식이라서요”란 내용이었는데, 31일 현재까지 약 300여개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근무 인연·스쳐간 기억… 한 장관과 공통점 강조
수사(修辭)를 동원해 한 장관을 추켜세우는 경우도 많았다. K지청장은 “마지막에 한동훈이라는 글자에 울림이 크다”고 적었고, L검사는 “굶주려도 풀을 먹지 않는 호랑이가 돼야 하는 검사의 모범…‘조선제일검’의 모습은 후배들에게 든든한 선례가 됐다”고 했다. C부장검사는 “대한민국 검사의 롤 모델”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별다른 공통점이 없다면 잠시 스쳐간 기억을 끄집어낸 이도 적지 않았다. 한 검사는 “법무연수원에서 모닝커피 드실 때 인사드린 기억이 난다”고 했다. 또 다른 검사는 “부산 동래에서 한 번 뵈었을 뿐이지만 기억이 생생하다'고 적었고, “시보 때 조사하는 걸 참관하라고 해주셨다”는 댓글도 있었다. 10년 전 검사 임용 면접에서 ‘긴장하지 말라'고 말했다는 한 장관 모습을 떠올리는 검사도 있었다.
계급 구분 없이 '칭찬 댓글'… "인사 앞두고 눈도장" 비판도
부장검사부터 평검사까지 칭찬 댓글에 계급별 차이는 없었다. 한 검사는 “아쉬운 마음을 담아 댓글을 달아야 하는데, 아쉬움보다 설렘이 앞선다”고 했고, “한동훈 검사장님과 동시대에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적은 검사도 있었다.
검찰 내부에선 “낯뜨겁다”는 반응부터 “지난 정부 때 힘들었던 검사들이 한동훈 장관을 인정하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한 장관이 쓴 글에 남긴 댓글은 남들도 본다고 예상했을 것”이라며 "평소보다 좀 과한 칭찬은 맞지만, 한 장관이 검사로서 워낙 대단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인사시즌을 앞두고 눈도장 찍으려는 의도가 아예 없을 순 없다”면서 “달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 못 단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