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더 많은 유럽 제치고…한국 전기차 인프라 세계 최고

현대차 울산공장 내 전기차 아이오닉5’생산라인에서 현장 근로자가 차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 울산공장 내 전기차 아이오닉5’생산라인에서 현장 근로자가 차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가 나왔다. 전기차 판매량 증가는 중국이 주도했지만, 향후 전기차 보급과 운영을 지원하는 핵심 요인인 충전 인프라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것이다.

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31일 ‘2022년 글로벌 전기차 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는 전 대비 대비 두 배가량인 660만 대를 기록했다. 2012년(12만 대)과 비교하면 55배 규모다. 

소프트베리 - 환경부 전기차 충전기 연동 이미지. [사진 소프트베리]

소프트베리 - 환경부 전기차 충전기 연동 이미지. [사진 소프트베리]

 

전 세계 전기차 절반 중국서 팔려

지난해 전기차 판매 증가는 중국이 주도했다. 전 세계 전기차의 절반인 330만 대가 중국에서 팔렸다. 유럽은 230만 대, 미국은 63만 대였다.

이처럼 지난해 전기차 보급이 증가한 건 정책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IEA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내연기관차를 단계적으로 단종하거나 향후 전기차 보급 대수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국가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보조금·인센티브는 2020년 대비 2배가량인 300억 달러(약 37조2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은 여전히 충분치 않다는 것이 IEA의 분석이다. IEA가 설정한 서약 시나리오(Pledges Scenario)에 따르면, 전기차는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30%를 차지해야 한다. 지난해 점유율인 10%보다 3배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폭스바겐 ID.4 GTX.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폭스바겐 ID.4 GTX. [사진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보급이 단기적으로 석유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유력한 수단 중 하나라서다. IEA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전기차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30%를 점유할 경우 전기차는 하루 460만 배럴의 석유 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 이는 5억8000만t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q) 수준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분량이다.

IEA는 전기차 보급량 확대를 촉진하기 위해 놓은 4가지 캠페인을 제안했다. 일단 중장비 등 대형 차량에 전기차 보급량을 확대해야 한다. 실제로 전기트럭 보급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전기트럭은 지난해 전 세계 트럭 판매 대수의 0.3%에 불과했다. 이 비율을 2030년까지 10%로 끌어올려야 IEA 서약 시나리오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변화다. 전 세계 주요 국가는 전기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차량 가격의 일부를 직접 보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성숙해질수록 직접 보조금 의존도를 줄이다가 결국엔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IEA는 주장했다. 대신 비효율적인 내연기관 차량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차량의 세금 매기는 방식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셋째, 개발도상국에서 전기차 보급량이 늘어나야 한다. 예컨대 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에서는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0.5% 미만이다. 이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전기차 보급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별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보급대수. 그래픽 박경민 기자

국가별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보급대수. 그래픽 박경민 기자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이 관건

이와 더불어 IEA가 전기차 보급의 마지막 퍼즐로 제시한 문제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는 180만 개의 충전기가 보급됐다. IEA 측은 “누구나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급속 충전기가 많이 보급될수록 전기차 소비자는 보다 긴 거리를 여행할 수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량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IEA가 분석한 국가별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보급대 수’는 한국이 2.6대로 조사 대상인 30여 개국 중에서 1위였다. 상용차를 제외한 전체 전기차 대수를 충전기 개수로 나눈 것이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전기차가 특정 국가에서 보다 쉽게 충전기를 찾을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이 수치가 7.2대였다. 통계적으로 중국 전기차 소비자는 한국보다 충전기를 찾기가 2.8배는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전기차가 많이 보급된 유럽에서는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보급대 수가 15.5대나 됐다. 전 세계 평균은 9.5대다.

국가별 전기차 1대당 충전기 출력. 그래픽 박경민 기자

국가별 전기차 1대당 충전기 출력. 그래픽 박경민 기자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또 다른 지표인 ‘전기차 1대당 충전기 출력’에서도 한국은 6.5㎾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1위였다. 중국은 3.8㎾, 유럽은 1.0㎾이다. 전 세계 평균은 2.4㎾ 수준이었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대림대 교수)은 “한국 전기차 충전기 보급 대수가 양적으로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로 22㎾ 이하 저속 충전기가 많이 보급됐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고속 급속 충전기 보급량을 확대해야 향후 전기차 시장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