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은퇴자는 재산 건보료 때문에 괴롭다. 직장인은 안 내지만 지역가입자는 낸다. 최근엔 집값 폭등 때문에 더 괴롭다. 올 11월 재산 건보료 정기 조정 때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사회보험 방식의 건보를 운영하는 나라 중 한국은 재산에 건보료를 매기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위장 취업’이 옳은 건 아니지만, 제도가 불법·편법을 조장하는 면이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0대 건보 지역가입자는 250만 명이다. 베이비부머가 속속 은퇴하면서 2017년보다 39% 늘었다.
건보료 주택부채공제 9월 시행
1주택·무주택에 최대 5000만원
서울아파트 절반가량 해당 안돼
“효과 미미, 재산비중 더 낮춰야”
1주택·무주택에 최대 5000만원
서울아파트 절반가량 해당 안돼
“효과 미미, 재산비중 더 낮춰야”
부채공제 도입 국정과제 포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부동산 정책 실패는 정부가 저질러 놓고 왜 가만히 있는 국민이 세금폭탄과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아야 하느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면 건보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는 2018년 7월에 이어 오는 9월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을 시행한다. 윤 대통령은 110대 국정과제에서 재산공제 확대, 피부양자 기준 강화 등 부과체계 개편을 실시하고, 실거주 목적 주택 관련 부채는 보험료 부과 대상 재산에서 공제하겠다고 명시했다. 부채 공제는 9월 건보료부터 시행한다. “재산에 건보료가 웬 말이냐. 왜 부채는 빼주지 않느냐”는 불만을 얼마나 잠재울지 관심거리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가령 공시가격 5억원 아파트의 대출금이 1억원이라면 공제액이 6000만원(1억x60%)이지만 상한선 5000만원만 공제한다. 무주택자의 보증금·월세 대출금은 30%만 적용한다. 대출금은 은행·저축은행·신협 등 협동조합·보험회사·주택금융공사·새마을금고 등에서 빌린 돈을 말한다. 대부회사도 해당한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 신용대출, 지인에게 빌린 돈은 인정하지 않는다.
2억 대출 있으면 9030원 경감
구체적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공시가 5억원 아파트에 대출금 2억원이 있다면.
“해당한다. 지금은 재산 건보료가 13만9810원이다. 9월에는 대출금 최대 공제액(5000만원)을 인정받아 이를 제하고 건보료를 산정하면 13만780원이다. 9030원(6.5%) 줄어든다.”
공시가 5500만원의 집에 대출금이 8330만원이면.
“지금은 5만5000원의 건보료를 내지만 9월에는 0원이 된다.”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00만원의 아파트에 5000만원의 대출이 있다면.
“해당한다. 월세를 보증금으로 환산해 건보료를 매긴다. 지금은 6만5700원이다. 9월에는 6만360원으로 5340원(8.1%) 줄어든다.”
3년 전 5억원(대출 3억원)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지금 공시가격은 7억원이다.
“공제 신청 시점 공시가격이 기준이어서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일각에서는 “돈을 빌릴 능력이 없는 사람은 집을 사지도 못한다” “빚 없이 집 산 사람을 역차별한다”는 불평이 나온다. 조건이 복잡해 민원이 적지 않게 발생할 전망이다. 또 전세를 옮길 때마다 건보료를 따져야 한다. 1만여개 대부업체의 대출금이 전산 연계되지 않으면 서류로 입증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9월 금융부채 공제와 재산 공제액 확대(500만~1350만원→5000만원)를 같이 시행하면 경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보 노조는 “재산 공제를 5000만원 이상으로 올리고 1세대 1주택자는 추가 공제해 취약계층을 보호해야 한다. 대신 부채공제는 없애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