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상하이 문화원장 복귀는 부당"…3년간 무슨 일이

외교부가 지난해 2월 재외 공관 주재관에게 징계 요구 등을 이유로 내린 원(原)소속부처 복귀 명령을 법원이 최근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이 같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데 이어 본안 사건에서도 해당 주재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유환우)는 지난달 27일 김홍수(40) 주상하이(上海) 한국문화원장(주상하이 총영사관 문화홍보영사)이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원소속부처 복귀 명령 취소 소송 선고기일에서 “원고에 대한 원소속부처 복귀 명령을 취소하고,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5월 김 원장이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원소속부처 복귀 명령 집행정지 신청도 같은 해 6월 인용한 적이 있다. 당시 외교부는 이 결정에 불복해 즉시 항고했지만, 상급심에서 모두 기각됐다. 김 원장은 재판이 이어지던 지난해 6월 28일 주상하이 한국문화원장에 복직해 현재도 근무 중이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서기관이던 김 원장은 2019년 9월 외교부 소속인 주상하이 한국문화원장에 임용돼 부임한 뒤 문화원 직원 A, B씨의 근태 불량을 문제 삼아 이들에 대한 징계·계약해지를 2020년 3월 해외문화홍보원에 건의했다. 다른 직원과 비교해 지각이 잦고 지시에 자주 불응하는 한편, 초과근무 시간을 부당하게 쌓아 대체휴가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A씨에 대해선 부정한 방법으로 임의 채용된 점, B씨에 대해선 공가 중 문화원장 승인 없이 급여를 임의로 받은 점 등도 사유로 제시했다. 재외 한국문화원장은 외교부 소속이지만, 문화원 자체와 직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 소속이다.

그러자 A, B씨는 김 원장을 직장 내 괴롭힘 혐의로 역(逆) 신고했다. 김 원장이 이들에 대한 징계·계약해지 건의를 전후로 욕설·폭언 등 부적절한 언행을 하고, A씨가 현지인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알렸는데도 아무런 조처 없이 2차 가해를 했다는 주장과 함께다. 이에 해외문화홍보원은 우선 김 원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 두 직원에 대해선 피해자 보호 목적으로 2주간 유급휴가를 부여했다. 휴가를 떠난 두 직원은 초과근무로 인정받은 대체휴가를 사용하면서 1년 동안 각각 약 5000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해외문화홍보원은 2020년 10월 외교부에 김 원장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2월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를 청구하면서 김 원장의 원소속부처인 산업부에 김 원장에 대한 복귀도 요청했다. 징계 청구 땐 원소속부처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재외공관주재관임용령 11조 4항에 따라서다. 이후 김 원장은 지난해 3월 주재관 임용이 해제돼 산업부로 전출됐다. 지난해 5월엔 감봉 2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징계 수위는 소청심사를 거쳐 지난해 10월 감봉 1월로 감경됐다.


지난 3월 3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앞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3월 3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앞의 모습. 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김승호 주상하이총영사는 김 원장에 대한 복귀 처분에 반대했다. “근태가 불량하고 업무지시를 거부하는 행정직원에 대해 근무 기강을 수립하려는 과정에서 이번 징계 건이 촉발된 것은 아닌지 본부에서 엄정히 검토해 달라”는 전문을 외교부에 보내기도 했다. 문화원 직원들과 동료 영사들도 김 원장이 억울한 피해를 봐선 안 된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냈다. A, B씨를 제외한 나머지 직원 전원은 두 직원을 직장 내 괴롭힘 등 비위 혐의로 신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외교부가 김 원장의 원소속부처 복귀 처분을 강행하자 김 원장은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김 원장에 대한 외교부의 원소속부처 복귀 처분에 절차적 하자는 없다고 봤다. A, B씨에 대한 김 원장의 비위 혐의도 관련 증거와 변론 내용을 종합할 때 일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소속부처 복귀 처분과 징계 처분은 성질이 다른 별개의 처분”이라며 “원소속부처 복귀 명령 처분 당시 김 원장이 징계 의결을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중징계를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다거나 원고가 계속 직무를 수행한다고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그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를 저해할 구체적인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 원장의 징계사유 중 일부는 A, B씨의 근태 불량과 정당한 업무지시 거부 등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관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어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A, B씨의 근태 불량 및 보상휴가 악용 사실은 근태기록, 폐쇄회로(CC)TV 영상 자료 등을 통해 쉽게 확인이 가능했는데도 외교부는 김 원장에게 중징계 혐의가 인정된다고 섣불리 단정해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의 명예·평판에 대한 큰 타격, 함께 이주한 자녀들의 학비와 주거지 계약금 몰취와 같은 경제적 손실 등 침해되는 사익이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복귀 명령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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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외교부는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행정소송의 경우 1심 판결서가 송달된 날로부터 2주 이내에 항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