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3시쯤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근 편의점 카운터에 있던 김모(67)씨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김씨는 “축제가 끝나고 지난 일요일에 자가검진키트 150개가 전부 다 나갔다”고 했다. 이어 “오늘 검진 키트를 사러 왔다가 못 사고 돌아간 학생만 30명이 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2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축제 '입실렌티'가 열리고 있다. 함민정 기자
‘역대급’ 축제 끝난 뒤…남은 후유증

지난 30일 고려대 내부 커뮤니티 '고파스'에 올라온 글. 커뮤니티 캡처.
이날 오후 고려대 안암병원에 PCR 검사를 받으러 온 고려대생 김모(20·남)씨는 “일요일부터 열이 나서 왔다. 주변에 의심 증상을 보이는 친구들이 꽤 있다”고 했다. 20학번 고려대생 A씨는 “주변에 같은 과 친구들만 4명이 확진됐다”며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 교내에서 확진자가 많아지는 추세라 기말고사가 얼마 안 남았는데 걱정하는 친구들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연예인 축하 공연의 ‘초호화 라인업’으로 화제가 됐던 한양대 커뮤니티에도 “축제 다녀와서 코로나 확진됐다” “그간 안 걸렸던 친구들이 축제 다녀와서 코로나 폭발했다”는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이날 서울 성동구 한양대 병원 앞에서 만난 한양대생 22학번 이모(21·남)씨는 “친구 2명이 축제에 다녀온 뒤 주말에 확진됐다”면서도 “확진이 돼도 요새는 예전만큼 심각하지 않아서 다들 크게 신경을 안 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31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근 병원에서 '키트 소진으로 신속항원검사 불가합니다' 라는 안내문이 적혀있다.
대학 인근 편의점·약국 검진키트 동났다
병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고려대 인근에 있는 한 병원 관계자는 “신속항원검사 키트가 소진돼 오늘은 검사가 안 된다”고 안내했다. 그는 “여태껏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어제 키트가 다 떨어졌다. 지난 주말부터 갑자기 검사 인원이 늘어 100명 정도 다녀간 것 같다”고 했다. 인근의 한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아예 안 왔는데 어제부터 오늘까지 고려대생은 10명 이상 왔다. 이상하다 싶긴 했다”고 했다.

31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인근의 병원에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함민정 기자
2만명 이상 모였다…‘깜깜이 감염자’ 더 나올 수도
고려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동향을 파악했고, 증상이 있으면 선별검사소 등에서 검사를 해보라는 공지를 준비하고 있다”며 “학교 측과 수업을 매개로 확산이 되지 않도록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고려대 측에 확진자 증가 현황에 관해 묻자 “확인 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지난 30일 고려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글. 에브리타임 캡처
“야외 노마스크 예상된 결과”…“학교·학생만 탓할 순 없어”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학교나 학생보다도, 야외 노마스크 방역 지침을 밝힌 정부의 책임이 제일 크다고 볼 수 있다”며 “PCR검사를 강제하는 분위기도 아니고, 최근 검사를 잘 받지 않는 추세다 보니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