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방문한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 클럽의 핫 플레이스는 단연 동-서 코스(파71) 18번 홀(파4)이었다. 정확히는 그린 바로 앞 개울 한가운데 자리 잡은 작은 바위섬에 대회 관계자들의 이목이 모아졌다. 15일 개막해 나흘간 이곳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을 앞두고 연습 라운드에 참여한 선수 중 다수가 이 섬에 올라 사진을 찍거나 공을 내려놓고 그린을 향해 칩샷을 시도했다.

이곳은 지난해 이 대회를 통해 ‘역사적인 장소’가 됐다. 주인공은 백전노장 최경주(55)다. 박상현(42)과 치른 1차 연장전에서 그가 페어웨이 우드로 시도한 세컨드 샷이 기적처럼 가로 2m, 세로 1.5m에 불과한 이 조그만 섬에 멈춰 섰다.  

해저드에 빠진 걸로 생각해 낙담하던 최경주는 볼을 찾아낸 뒤 침착하게 홀컵 앞에 붙여 파세이브 했고, 이어진 2차 연장에서도 파를 잡아 보기를 범한 박상현을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지난해 KPGA 최고의 명장면을 배출한 해당 바위섬에는 ‘최경주 아일랜드’라는 명칭이 붙었다.

지난해 선보인 기적의 드라마로 ‘디펜딩 챔피언’ 타이틀을 달고 올해 대회에 나서는 최경주는 “월요일(지난 12일)에 (바위섬에) 슬쩍 가봤다. 공이 어떻게 거기 멈췄는지, 스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쳤는지 생각해보니 등골이 오싹했다”면서 “그 섬이 여러모로 나를 살렸다. 올해는 거기서 볼을 치는 일이 절대 없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지난해 자신의 54세 생일(1970년 5월19일생)날 우승한 최경주는 최상호가 보유 중이던 종전 최고령 우승 기록(50세 4개월 20일)을 갈아치우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대회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면 자신의 기록을 또 한 번 뛰어넘는다. “나이가 점점 들고 있지만, 구질을 바꾸고 근육 운동도 늘리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그는 “타이틀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라 긴장되고 부담도 크지만, 한 샷 한 샷 집중하며 플레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한 박상현에게도 ‘바위섬’은 빼놓을 수 없는 화두였다. “(지난해 1차 연장전) 그 상황만 생각하면 아직도 기가 막힌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멋있는 장면이라는 생각만큼은 변함이 없다”고 언급한 그는 “연습라운드를 하다 잠깐이나마 ‘나도 거기서 한 번 쳐볼까’ 고민했다. 지난해는 아쉽게 준우승했지만, 나에겐 좋은 기억이 많은 대회다. 올해도 훌륭한 선배님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LIV 골프 무대에서 활약하다 잠시 귀국해 대회에 참가하는 장유빈(23)은 “모처럼 만에 국내 대회에 참가하게 돼 기쁘고 설렌다”면서 “대회를 앞두고 샷감과 퍼트감을 끌어올려 기대가 크다. 달라진 모습을 보일 준비가 됐다”고 의욕을 보였다.

세 선수 이외에도 KPGA 통산 10승에 도전하는 김비오(35), 미국프로골프(PGA) 무대에서 활약 중인 배상문(39), 강성훈(38) 등도 우승 후보다. 지난주 KPGA 클래식 우승자 배용준(25),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정상에 오른 김백준(24) 등 젊은피들도 가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