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핵실험시 반드시 추가 제재 추진”…중·러 향해 “위험한 선택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달 31일 한 달간의 순회 의장국을 마친 소회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경우 반드시 추가 대북 제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달 31일 한 달간의 순회 의장국을 마친 소회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경우 반드시 추가 대북 제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 움직임에 대한 공개 경고에 나섰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대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반드시 추가 대북 제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면서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북한은 수차례에 걸쳐 기폭장치 실험을 하는 등 사실상 7차 핵실험을 위한 사전 준비를 끝낸 상태다.

추가 제재를 예고한 토머스-그린필드 대사의 발언은 한 달간의 유엔 안보리 순회의장국 임기를 마친 소회를 전하는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앞서 지난 3월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따른 추가 대북 제재 결의를 제안했다. 하지만 중·러가 이를 막아서며 추가 제재 논의는 공전했고, 미국은 지난 5월 순회의장국 자격으로 재차 결의 채택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6일 유엔 안보리에서 표결이 이뤄졌지만 중·러가 반대하며 끝내 추가 대북 제재는 무산됐다. 중·러를 제외한 13개 이사국은 모두 추가 대북 제재에 찬성했다. 북한이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음에도 상임이사국인 중·러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추가 대북 제재를 강행할 현실적 방법은 없다. 안보리 결의 채택을 위해선 15개 이사국 중 9개국이 찬성해야 하고 특히 상임이사국인 미·영·프·중·러 중 거부권을 행사한 국가가 없어야 한다.

중·러 '불량 국가' 됐지만, 수면 오른 '안보리 무용론' 

지난 2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 [APF=연합뉴스]

지난 2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 [APF=연합뉴스]

거부권 행사로 북한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중·러의 불량 국가적 행태에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안보리에 대한 책임, 세계 평화와 안보를 지켜야 하는 책임을 포기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행위”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또 “지난 9주 동안 (추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놓고 중국과 협상을 벌였고, 의장성명을 발표하는 대한 논의도 했지만 중국은 이를 협의 테이블에 올리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추가 대북 제재 결의에 반대한 중·러는 오는 8일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구체적인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상임이사국이 특정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총회에 출석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내용의 결의가 지난 4월 채택된 데 따른 결과다. 이와 관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가 이날 “중국과 러시아는 위험한 선택을 했고, 그 선택에 대해 이제 유엔 총회에서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안보리 의지 시험하도록 부추겨" 

북한은 지난달 24일 발사한 ICBM을 포함해 올해 들어서만 23차례의 미사일 발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달 24일 발사한 ICBM을 포함해 올해 들어서만 23차례의 미사일 발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중·러는 거부권을 행사한 대가로 유엔 총회에서 공개 망신을 당하게 됐지만, 이와 별개로 이번 추가 대북 제재 무산은 ‘안보리 무용론’이 재차 수면에 오르는 계기가 됐다. 특정 국가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상임이사국이 반대할 경우 안보리는 아무런 제지에 나서지 못한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러의 거부권 행사가 계속된다면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경우 '추가 제재'로 응징하겠다는 미국의 계획 역시 실현될 수 없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 추가 대북 제재 무산을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ICBM을 포함해 총 23차례의 미사일 발사 시험에 나섰지만, 안보리 차원의 ‘응징’은 없었다. 이와 관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안보리 내에서 일부 국가가 보이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침묵은, 북한이 안보리의 의지를 시험하도록 계속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