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양을에서 맞붙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 그래픽=김영옥 기자
![윤형선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 대표는 여러 차례 계양을 찾았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2/027c566d-e585-4d10-b818-042f6a0bb990.jpg)
윤형선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 대표는 여러 차례 계양을 찾았다. [연합뉴스]
특히 선거 초반엔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라며 아예 계양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지역 일꾼을 뽑는 지역 선거인데도 그렇게 전국 유세에만 열심이더니 여론조사 결과가 뜻밖에 부진한 거로 나오자 그제야 부랴부랴 계양에 얼굴을 비치기 시작했다. 26일부터는 오전 7시에 계산역에서 출근 인사를 하고 오후엔 내내 거리 유세를 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오히려 이때부터 온갖 문제가 더 불거졌다는 점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 두번째),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왼쪽 세번째)가 지난달 27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에서 김포공항 이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2/5bc90daf-f0bd-49f5-a034-492bba6322a7.jpg)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 두번째),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왼쪽 세번째)가 지난달 27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에서 김포공항 이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그중 하나가 한 시민이 밤에 식당에서 술 마시다가 이 후보의 거리 유세가 시끄럽다고 치킨집 그릇을 던졌다가 현장 질서 유지한다며 대기 중이던 경찰에 의해 곧바로 체포된 사건이다. 이 시민의 행동이 잘못된 건 맞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의 고발로 그릇 한 번 잘못 던졌다가 구속까지 됐으니 과거 성남시장 시절 무려 1080명이나 고발한 거로도 모자라 이제는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유권자를 상대로 싸운 셈이다. 이 외에도 손으로 목을 긋는 제스처에, 시민을 밀치고 벤치에 올라가고, 식당에서 밥 먹는 여성을 쿡 찌르고 지나가는 등 마치 유권자를 섬기고 봉사하는 태도가 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유세 때마다 문제를 일으켰다.
![지난달 29일 이재명 후보의 계양 선거 유세 현장에 경찰 두 명이 교통 정리를 하고 있다. [유튜브 이재명]](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2/a8e368d9-1954-478e-afb1-9600af2414f6.jpg)
지난달 29일 이재명 후보의 계양 선거 유세 현장에 경찰 두 명이 교통 정리를 하고 있다. [유튜브 이재명]
비록 아쉽게 선거에 패배하기는 했지만 이제 아무도 계양은 무조건 민주당 텃밭이라 아무 기대도 없다는 소리는 안 할 거라 믿는다. 처음 정치를 시작한 지난 2015년이 떠오른다. 보수 정당 입장에선 이곳 계양이 전라도 같은 험지다 보니 당선은커녕 아예 후보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능력은 물론이요 이 지역에 뼈를 묻을 인재가 후보로 나서줬으면 좋겠다며 간절하게 출마를 권유한 (당시 새누리당, 현 국민의힘) 당원들의 간절한 설득으로 계양구을 당협위원장 자리를 맡았다. 평소 내가 처음 개업한 계양에 뼈를 묻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정치를 염두에 둔 적은 한 번도 없던 터라 아내의 반대가 심했다. 오죽하면 아내는 “송영길이 제발 (지역을 위해 일을) 잘해서 남편이 출마할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송영길 의원은 손 내미는 윤형선 후보에 '노룩' 악수를 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페이스북]](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2/885f8671-002c-44f1-85fe-0acabe13f849.jpg)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송영길 의원은 손 내미는 윤형선 후보에 '노룩' 악수를 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페이스북]
계양에 처음 온 1998년은 계산택지개발지구 덕에 ‘계산동 붐’이 일 정도였다. 구월동 길병원에서 수련의를 마치고 계산동에 내과를 개원할 때만 해도 계양은 다들 이사 오고 싶어하는 동네였다. 그런데 이번 이재명의 출마가 아니었으면 아무도 관심을 안 보일 만큼 민주당 20년 세월에 완전히 후퇴했다. 인구는 35만명에서 29만명으로 줄었고, 계양이 발전하는 데 발목을 잡는 귤현 탄약고는 여전히 그대로다. 계양을 관내 등록 차량이 30만 대가 넘는데 공공 주차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공항철도 계양역과 서울 지하철 9호선을 연결하는 지역 숙원사업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선거운동하면서 사뭇 달라진 유권자들의 태도는 정권 교체 후 국민의힘의 인기 상승 요인도 있지만 이런 민주당의 실패에서 기인하는 점도 분명 있다. 유세 현장에서 마주친 한 유권자는 “여기서 이름난 명의시니 정신 나간 사람(이 후보)을 잘 치료해서 돌려보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하나 해명하고 싶은 게 있다. 민주당은 내가 목동에 집 한 채 있다는 거로 집요하게 공격했다. 맞다.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전세를 전전하다 어렵게 찾은 집이기도 하고, 또 목동 집이 인천 구월동이나 연수동보다 더 가깝다. 더 중요한 건 그때나 지금이나 계양에서 모든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세금도 계양에 내고 하다못해 장도 계양에서 본다. 계양에 산 지 25년 된 나와 계양에 온 지 25일밖에 안 된 이 후보를 비교할 수는 없다. 미래는 더욱 그러하다. 난 또 목적만 달성하면 훌쩍 떠나버릴 누구와 달리 남은 인생도 계양과 함께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