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자율운항으로 태평양 건넜다…“33일간 100차례 위험 회피”

현대중공업이 2021 년 건조해 SK해운에 인도한 18만㎥급 LNG 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 [사진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2021 년 건조해 SK해운에 인도한 18만㎥급 LNG 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 [사진 현대중공업]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인 아비커스는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의 자율운항 대양 횡단에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지난달 1일 미국 멕시코만 프리포트에서 출발한 SK해운의 18만㎥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가 파나마 운하를 거쳐 태평양을 횡단해 33일간 항해를 마치고 이날 보령 LNG터미널에 도착하면서다. 

프리즘 커리지호에는 아비커스의 2단계 자율운항 시스템인 ‘하이나스(HiNAS) 2.0’이 탑재됐다. 총 운항거리 약 2만㎞ 중 절반인 1만㎞를 하이나스 2.0을 적용해 자율운항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초대형 상선이 장거리 대양 횡단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초대형 상선의 대양 횡단은 세계 최초”

하이나스 2.0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통합 스마트십 솔루션(ISS·Integrated Smartship Solution)을 기반으로 최적의 경로와 항해 속도를 만들고, 인공지능(AI)이 날씨·파고 등 주변 환경과 선박을 인지해 실시간으로 조타 명령을 제어한다. 기존 1단계 기술이 주변 환경 인지·판단 기능에 그쳤다면, 2단계 자율운항 시스템에서는 선박 조종 및 제어까지 가능해졌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가 정한 선박 자율운항 기준은 레벨1~4로 구분된다. 즉 부분적 자율운항·선원 의사결정 지원(레벨1), 선원이 승선하지만 원격제어 가능(레벨2), 선원 불필요·원격제어 가능·고장 대비 시스템 구축(레벨3), 완전 무인 자율운항(레벨4) 순이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하이나스 2.0은 선박 자율운항 국제기준상 레벨2에 해당한다”며 “이번 항해에는 선원이 승선했지만 장애물을 보고 선박이 스스로 조타 방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프리즘 커리지호는 운항 중 타 선박의 위치를 정확히 인지해 충돌 위험을 100여 차례 회피했다.

아울러 대양 횡단에서 최적 경로로 자율운항했기 때문에 연료 효율이 약 7% 올라가고, 온실가스 배출은 약 5%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HD현대 아비커스와 SK해운이 대형 상선의 자율운항 대양횡단에 성공했다. 사진은 아비커스의 하이나스2.0 시스템을 살펴보는 선장과 항해사의 모습. [사진 HD현대]

HD현대 아비커스와 SK해운이 대형 상선의 자율운항 대양횡단에 성공했다. 사진은 아비커스의 하이나스2.0 시스템을 살펴보는 선장과 항해사의 모습. [사진 HD현대]

 
이번 항해는 자율운항 기술의 성능과 안정성에 대한 객관적 입증을 위해 미국선급협회(ABS) 및 한국선급(KR)의 실시간 모니터링 아래 진행됐다. 아비커스는 ABS로부터 이번 자율운항 대양 횡단의 결과 증명서를 받은 뒤 올해 하반기 중 하이나스 2.0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자율운항 선박 ‘각광’…2028년 28조

해운업계에 따르면 자율운항 기술은 해상 운송업계의 인력난 해소, 선원 실수를 방지하는 등 안전성 제고, 오염물질 저감 등이 가능해 미래 해상 모빌리티의 혁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노르웨이·일본 등이 자율운항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트에 따르면, 자율운항 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에는 시장 규모가 2357억 달러(약 29조5200억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임 대표는 “최적 경로를 안내하는 자율운항 1단계 기술을 넘어 실제로 선박을 움직이는 2단계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테스트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대형 상선뿐만 아니라 소형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시스템도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HD현대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처럼 선박도 자율운항이 가능하면 조타 걱정 없이 요트 등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며 “앞으론 레저용 선박의 자율운항 시장성이 더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비커스는 지난 1년여 간 선박에 자율운항 시스템을 탑재해달라는 의뢰를 통해 180여 척을 수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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