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쓰고 한복 입은 조선 외교관, 워싱턴 활동 담은 첫 사진 발견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은 조선 외교관들의 대미 활동을 발견해 공개했다. 1888년 4월 26일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옛집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이종하, 박정양, 강진희, 이하영(왼쪽부터). [사진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은 조선 외교관들의 대미 활동을 발견해 공개했다. 1888년 4월 26일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옛집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이종하, 박정양, 강진희, 이하영(왼쪽부터). [사진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1888년과 1889년 조선 외교관들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담은 첫 사진이 발견됐다.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은 2일(현지시간) 초대 주미 전권공사를 지낸 박정양과 공관원들이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옛집을 방문해 교류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 2장을 공개했다. 조선 말기에 파견된 외교관들이 미국 현지 기관을 방문한 가장 오래된 사진으로 추정된다.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은 조선 외교관들이 1888년 4월 26일 초대 미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 옛집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사진을 발견했다. [사진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은 조선 외교관들이 1888년 4월 26일 초대 미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 옛집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사진을 발견했다. [사진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한장의 사진은 박정양이 공관원들과 함께 1888년 4월 26일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마운트 버넌(Mount Vernon)에 있는 워싱턴 전 대통령 옛집을 방문한 모습을 담았다. 

박정양 일행은 갓을 쓰고 한복과 두루마기 차림으로 저택 앞에 서양인 수십명과 함께 섰다. 조선 측에선 박정양 외에 무관 이종하, 수행원인 화가 강진희, 서기관 이하영까지 4명이 갔다.

지금까지 주미 외교관들의 활동상은 기록과 그림으로만 전해졌는데 사진이 처음 발견됐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고 공사관 측은 평가했다.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은 조선 외교관들의 미국 활동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1889년 5월 6일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옛집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이하영, 이채연의 부인, 이채연, 앨런과 그의 딸, 이완용, 이완용의 부인(왼쪽부터). [사진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은 조선 외교관들의 미국 활동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1889년 5월 6일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옛집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이하영, 이채연의 부인, 이채연, 앨런과 그의 딸, 이완용, 이완용의 부인(왼쪽부터). [사진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다른 사진은 참찬관 이완용과 번역관 이채연, 두 관료 부인들이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모습이다. 현지 언론 '이브닝 스타'는 1989년 5월 7일 자로 이 방문을 보도했다. 공사관 서기관으로 근무했던 호러스 앨런과 그 딸도 있다. 조선인은 한복을 입고 손엔 우산을 들었다.


미국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사진들을 구입한 이사벨 하인즈만은 2020년 마운트 버넌 워싱턴 도서관에 사진을 기증했다. 

도서관은 지난해 공사관에 사진 존재를 알리고 고증을 의뢰했다. 두 기관이 공동 연구한 결과 박정양 공사와 이완용 참찬관 등 조선 외교관들과 그 가족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고종은 1887년 8월 박정양을 초대 공사에 임명했지만, 청나라의 반대와 압력으로 5개월 뒤인 1888년 1월 1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수도 워싱턴에는 같은 해 1월 9일 왔고, 17일 그로버 클리블랜드 당시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했다. 이완용도 같은 시기 주미 참찬관으로 임명돼 박정양, 이하영 등과 함께 부임했다. 

박정양이 쓴『미행일기』 중 해당 부분(한국학문헌연구소 편,『박정양 전집』권2, 아세아문화사, 1984) [사진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박정양이 쓴『미행일기』 중 해당 부분(한국학문헌연구소 편,『박정양 전집』권2, 아세아문화사, 1984) [사진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박정양은 미국 방문 당시를 기록한 『미행일기』에서 마운트 버넌 방문과 관련해 "공사 관원들과앨런 가족을 대동하고 마은포에 갔다. 워싱턴의 옛집을 보았다"며 "평소에 거주하는 곳인데 방 안의 일용하던 가구에서 화원과 운동장까지 살아 있을 때 그대로 보존했고, 부족한 것을 보충해 현재 사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적었다.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은 조선 외교관들의 미국 활동상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은 조선 외교관들의 미국 활동상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미국 독립을 이끈 워싱턴의 일생에 대한 관심은 훗날 독립협회 지원 등으로 이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김종헌 배재대 교수는 "박정양이 그의 문집에서 조지 워싱턴을 여러 차례 언급하고 마운트 버넌 방문을 중요하게 서술한 것은 조선의 자주독립을 위한 노력 때문이며, 귀국 후 독립협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철호 동국대 교수는 "당시 고종의 지시에 따라 미국 현지 사정, 제도, 문물 등 실상을 파악하던 박정양 공사 일행의 현지 활동 모습이 사진을 통해 처음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