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9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회의실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가 열린 가운데 이재명 의원과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당대표는 이재명’, ‘이재명 때문에 입당했다’는 이들은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이 의원에게 물은 이낙연 전 대표 등을 향해선 ‘수박 농장의 주인’, ‘국힘의 2중대’라며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3일 더불어민주당의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이재명 의원을 옹호하는 글로 도배가 됐다. 이 의원을 지지하는 당원들은 이낙연 전 대표 등 이 의원에게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은 진영을 겉과 속이 다른 '수박'으로 지칭하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중앙일보
이러한 기류에 대해 민주당 당직자는 중앙일보에 “3ㆍ9 대선 패배 직후 20만명에 가까운 권리당원이 한꺼번에 가입했다”며 “이들 중에는 ‘개딸(개혁의 딸들)’로 불리는 2030 여성과 40대 지지자 등 이 의원의 지지층 비율이 높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현상은 문재인 대표 체제였던 2015년과 유사하다”며 “당시 온라인 당원 가입이 허용되면서 친문 성향 10만명 이상이 입당했고, 이를 계기로 민주당의 색깔이 완전히 친문으로 변모했다”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은 1만·3만 번째 온라인 당원과 최연소 당원들을 만나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최연소 당원인 정소영(19)양과 셀카를 찍고 있다. 중앙포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0일 인천 계양구 계산3동 일대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한 지지자의 사진 요청에 응하고 있다. 뉴스1
당내에선 20만명의 친명 성향의 당원이 또다시 민주당의 색깔을 바꿀 거란 관측이 적지 않다. 2015년 친문당으로 변모했던 때의 데자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일각에선 이들이 8월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권을 정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제 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 의원의 대선 패배 직후 “지지자 100만명이 권리 당원으로 가입해 전당대회 하지 말고 무투표로 (이 의원을) 대표로 추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구조사 방송을 지켜본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다만 현행 당헌에 따르면 이들은 8월 전대의 투표권이 없다. 당헌에는 ‘권리 행사 6개월 전 입당한 권리당원 중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에게 선거권을 부여한다’는 규정이 있다. 3ㆍ9 대선을 전후로 입당한 신규 당원들은 전대가 열릴 8월 말까지 ‘6개월 규정’을 채울 수 없다.
이 때문에 친명계 사이에선 “당비 납부 기준을 현행 6회에서 3회로 줄여야 한다”(이수진 의원), “이재명을 지키기 위해 가입한 ‘개딸’과 ‘양아들(양심의 아들)’ 등 신규당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안민석 의원)는 주장이 대선 직후부터 제기돼 왔다.

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국회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박홍근 당 대표 대행 겸 원내대표의 발언을 의원들이 듣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의 '문파', 최근의 '개딸'이나 '양아들'로 대표되는 민주당 특유의 팬덤 문화는 대선 패배와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이재명 의원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팬덤 문화에 당 전체가 휘둘리면서 건전한 중도층 유권자들이 민주당에서 등을 돌린 것이 최근의 선거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당원 게시판 상황이나 당원들의 움직임은 민주당에 대한 이런 세간의 우려들과는 전혀 무관한 마이웨이식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들이 당 내에서도 제기된다.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5선의 이상민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에 기반한 명확한 정체성을 가졌던 민주당이 어느새 목소리 큰 일부 강경파의 주장에 흔들리는 패거리 정당으로 변질됐다”고 한탄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