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서울 성동구의 초등학교 5학년 학부모 이모씨는 지난 2일 접수 마감한 초·중등 학생 대상 A고등학교의 여름방학 영어캠프에 아이를 넣지 못했다. 350여명 정원이라는데, 신청자가 많아 접수 시작 1분여 만에 모집 인원이 꽉 찼기 때문이다. 이씨는 “일단 대기 명단에 넣어뒀는데 학부모들 사이에선 대기자만 수백명이란 얘기도 나온다”며 “다른 영어캠프도 신청하려는데, 하나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박20일에 380만원, 영어 쓰는 '공부 캠프'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 강사는 “최근 1~2년간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 없었던 학부모들의 대기 수요와 사교육 증가 추세가 맞물려 주요 학교의 여름방학 학습 캠프가 더 인기를 끌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오는 8일 접수 시작 예정인 B중학교 운영 영어캠프는 벌써부터 ‘마감 30초컷’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초등학교 4~6학년 300여명을 모집하는 B중학교 영어캠프는 국내 영어캠프 가운데 '탑5' 안에 들 정도로 인기다.

A고교에서 운영하는 여름방학 영어캠프 저녁 이후 일과표. 밤 12시 30분까지 추가 학습이 가능하다. 홈페이지 캡처.
'단기 수학특강' '해외 합숙캠프'도 인기
서울 서초구의 중학교 1학년 학부모 이모씨는 “아이가 초등학교 5~6학년 때는 영어캠프를 보내고 싶었는데 코로나19가 한창이라 기회가 없어 못보냈다”며 “중학생이 되고보니 이제는 영어보다 수학에 ‘올인’할 때라고 해서 수학특강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대치동의 한 학원 강사는 “이미 초등학교 6학년 선행반 중에는 고교 수학을 풀고 있는 경우가 꽤 있다”며 “이를 아는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이 뒤처지는 것 같다는 생각에 여름방학 때 2~3주간 수학만 하는 합숙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해외 출국도 비교적 수월해지며 미국, 필리핀, 캐나다 등 해외 합숙캠프, 스쿨링 프로그램 모집도 활발해졌다. 가격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월 400만원부터 1000만원을 뛰어 넘는 등 천차만별이다. 아이 혼자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자녀 나이가 어릴 경우 부모 중 한 명이 같이 가서 '매니저'처럼 모든 활동을 서포트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해외 합숙캠프는 주말마다 해외 문화 체험 등 놀이에 초점을 맞춘 경우도 간혹 있지만, 국제학교 입시 준비반·주말 수학 완성 등 한국형 입시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들이 인기다.
"공교육 붕괴, 방학 중 사교육 심리 부추겨"

2학기 등교수업이 시작된 17일 대전 동구 성남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이 여름방학 동안의 기록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