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단은 ‘친윤’ 감별기?…김기현이 꾸린 EU특사단 면면보니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징계안 상정이 부당하다며 반박 연설을 하는 모습.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징계안 상정이 부당하다며 반박 연설을 하는 모습. 뉴스1

 
대통령의 특별사절(사절)은 파견하는 국가와의 외교적 관계도 고려되지만 국내적으로는 정치적 의미도 갖는다. 특사의 격(格)이 상대국을 존중하는 정도를 결정짓는 까닭에 특사가 됐다는 건 최고통치자와 가깝거나 정치적 무게감이 상당하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에서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의 유럽연합(EU) 특사 자격으로 출국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과의 정치적 거리가 멀지 않다는 걸 일단 입증한 셈이다. 김 의원은 지난 3·9 대선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다. 재밌는 건 김 의원과 함께 출국한 특사단의 면면이다. 김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몸을 담은 경험이 있다. 대선 기간부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로 분류된 이철규 의원은 인수위 시절 당선인 총괄보좌역을 맡아 초대 내각과 대통령실 인선에 직·간접적으로 역할했다. 임이자·박수영 의원은 인수위원으로, 배현진 의원은 당선인 대변인으로 각각 활동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관여 없이 의원들의 선수(選數)와 지역, 스케줄 등을 반영해 특사단을 꾸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수의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차기 당권을 노리는 김기현 의원이 친윤계와 관계 맺기를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역시 당권을 노리는 안철수 의원이 보궐선거로 당선된 뒤 전날 첫 국회 등원에 앞서 윤 대통령을 가장 먼저 찾은 것처럼 말이다. 

역대 대통령 특사는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을 드러내는 일종의 ‘감별기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특사로 다녀온 의원들에겐 힘이 실렸다. 박근혜 정부에선 당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미국 특사단장을, 이명박 정부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일본 특사단장을 맡았다.

지난 5월 15일 장제원 대통령 특사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조문사절단장 및 대통령 특사로 출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15일 장제원 대통령 특사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조문사절단장 및 대통령 특사로 출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흐름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장제원 의원의 UAE 특사 파견이다. 장 의원은 지난달 UAE의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이 서거하자 특사 겸 조문사절단장으로 UAE를 다녀왔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께서 취임 후 처음으로 맡기신 국가적 임무”라는 글을 올렸다.


또한 당선인 시절 미국 정책협의단 단장을 맡은 박진 의원은 외교부 장관으로, 동행한 조태용 의원은 주미대사로 임명됐다. 일본 정책협의단 단장이었던 정진석 의원도 대표적인 친윤계로 불린다. 정 의원은 최근 이준석 대표가 설치하려는 당 혁신위원회 등을 두고 연일 각을 세우고 있다. 정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안정 뒷받침 고민이 최우선 과제”라는 논리로 이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공교롭게 8일 오전(한국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머물고 있는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특사단 활동 사진을 올리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