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공개대담에서 저널리스트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8/dfc4f02f-bd1b-441b-861c-4edfbe353bac.jpg)
7일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공개대담에서 저널리스트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이터 통신과 도이체벨레(DW),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메르켈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금과 같은 상태로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재임 중 열심히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6년 재임 동안 러시아에 대한 유화정책을 폈다. 옛 동독 출신으로 러시아어에 유창한 메르켈 전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60여 차례 만나는 등 대러 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다. 또 독일-러시아 직통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노르트 스트림 2'를 완공하는 등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적극 추진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메르켈 전 총리는 당시 대러 정책을 옹호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명분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제법을 무시한 공격으로 용서할 수 없다"며 "구소련 이후 유럽 각국은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안보 아키텍처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동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당시 독일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허락했다면 "우크라이나는 엄청난 피해를 보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당시 우크라이나에 만연한 부패도 회원국 가입을 막는 이유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젤렌스키 정부는 부패와 용감하게 싸우고 있지만, 그 당시 우크라이나는 과두정치인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였다"며 "그래서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두 번째 이유는 푸틴이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푸틴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선전포고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독일 등이 중재해 이뤄진 민스크협정(2014·2015년)에 대해서도 옹호했다. 그는 민스크 협정 이후 우크라이나는 안정을 되찾았으며, 7년이라는 시간 동안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고 푸틴이 하는 대로 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라고 반문했다.
앞서 지난 4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과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을 비난하며, 이들이 재임 당시 펼친 대러 정책은 러시아를 보다 대담하게 만든 '오판'이었다고 했다.
그는 총리직이 끝날 무렵, 러시아가 분쟁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했다. 그 예로 러시아가 '노르망디 회담' 형식의 4자 회담에서 멀어져갔다는 점을 들었다. 노르망디 회담은 2014년 프랑스에 열린 러시아·우크라이나·독일·프랑스 간 4자회담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외교적 채널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러시아의 탈주를 막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한 질문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자책하진 않는다"면서도 "성공하지 못한 점에 대해선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된 노르트 스트림 2(Nord Stream 2)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언급했는데, 주로 가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결정을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기본적으로 그들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동맹국인 우리를 제재했다"고 했다.
또 유럽과 근접한 러시아와 무역을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무역을 통해 러시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메르켈 정부 시절 독일은 석유·가스 등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그는 짧은 성명을 낸이후 침묵하며, 서방으로부터 비난을 샀다. 이런 점으로 인해 지난 4월 키이우 인근 '부차 학살' 이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메르켈 전 총리를 초청해 현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