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8일 공개한 22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6%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1분기 성장률을 지출항목별로 살펴보면 한국 경제의 성적표는 더 나빠졌다. 민간 소비가 0.5% 감소한 데다, 건설투자(-3.9%)와 설비투자(-3.9%) 등 투자 관련 지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기여도로 보면 민간 소비(-0.2%포인트)와 건설투자(-0.6%포인트), 설비투자(-0.3%포인트)가 모두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특히 건설투자는 속보치(-2.4%)보다 1.5%포인트 낮게 집계됐다. 당초 한은은 건설현장 안전관리 강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 1~2월 일시적으로 건설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건설 관련 업황 부진이 장기화한 영향으로 실제 수치는 더 낮았다.
소비와 투자의 부진 속 그나마 수출(3.6%)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률 기여도는 1.7%포인트였다. 소비와 투자의 부진을 수출이 끌어올린 셈이다. 하지만 속보치(4.1%)보다는 0.5%포인트 낮아지며 우려를 키웠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남은 분기 동안 매 분기 전기대비 0.5%씩 성장하면 올해 연간 전망치인 2.7% 달성이 가능하다”며 “주요국 성장세 둔화로 수출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민간소비가 방역 완화와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치솟는 물가와 뛰는 금리로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민간 소비에 기댄 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달 말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생산(-0.7%)·소매판매(-0.2%)·설비투자(-7.5%)가 전달 대비 일제히 감소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거리 두기 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4월에도 소매판매가 감소했다는 건 치솟은 물가가 소비와 실물경기에 영향을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소비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경제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은이 이날 발표한 지난해 GDP 디플레이터는 1년 전보다 2.5% 상승해 2015년(3.2%) 이후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속보치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1분기 GDP 디플레이터는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특히 국민의 체감물가에 가장 근접한 내수디플레이터(소비+투자)는 1년 전보다 4.3% 올랐다.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물가지수로 'GDP 물가'로도 부른다.
치솟은 유가와 곡물 가격 등을 고려했을 때 물가 상승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수개월 간 물가상승률이 5%가 넘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제 유가가 안정되더라도 높은 곡물 가격이 상당 기간 지속해 내년 초까지 4%대 물가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편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5373달러로 1년 전보다 10.5% 상승했다. 1인당 GNI가 3만5000달러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1인당 GNI는 2019~20년 감소하다 3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환율 효과를 뺀 원화 환산 1인당 GNI(4048만2000원)는 1년 전보다 7.2% 늘었다. 황 국장은 “성장률이 증가하고 원화 절상(환율 하락) 영향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가계의 구매력 지표인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달러화 기준으로 1만9501달러로 1년 전보다 8.6% 늘었다. 원화 기준으로는 2231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5.3% 증가했다. 지난해 총저축률(36.3%)은 1년 전보다 0.3%포인트 상승하며 2017년(37.1%)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