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AP통신에 따르면 소말리아의 영양실조 치료센터에선 올해 최소 448명이 사망했다. 이들 센터의 최근 입원율은 1992년 운영을 시작한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는 아동의 수도 지난해보다 55% 증가했다. 한 여성은 굶주림으로 올해 4명의 자녀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소말리아 모가디슈 외곽에 있는 난민 수용소에서 한 엄마가 아이에게 플라스틱 통에 담긴 물을 먹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 밀 90% 의존 소말리아..."20만 기아 위기"
소비 밀의 4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해 온 아프리카의 '식량 재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아프리카 개발 은행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아프리카의 밀 가격은 약 45% 상승했다.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에티오피타·소말리아·르완다·케냐 등 북동부 지역에서만 올해 약 2000만 명이 식량 부족과 굶주림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터키와 러시아의 외무장관이 8일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방안을 논의했으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첨예한 입장 차이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식량 부족으로 인해 아프리카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의 수억 명이 기아와 빈곤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소말리아 모가디슈에 있는 영양실조 치료센터에 영양실조인 두 살난 아이가 엄마 옆에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절박한 나라들 "전쟁 책임 상관없다. 국민 먹여 살려야"
그러나 절박한 나라들로선 이런 곡물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케냐의 하산 카넨제 호른 국제전략연구소 소장은 NYT에 "극심한 식량 부족을 겪는 아프리카인들은 곡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등 도덕적인 문제를 따질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의 데이비드 라보드 선임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일부 나라들은 '우리는 누가 전쟁에 책임이 있는지 상관없다. 우린 단지 밀을 원하며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리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연합의 의장인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지난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후 서방을 향해 식량 위기 해결을 위해 대러시아 제재 해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의도적으로 세계 식량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지난 7일 우크라이나의 마을 밀밭에 파괴된 군용 차량 잔해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서방과 러시아 합의를" "전쟁 중단 촉구해야"
또 카넨제 소장은 NYT에 "서방이 밀 부족에 대한 대안 제시 없이 아프리카에 러시아가 공급하는 곡물을 사지 말라고 압박할 경우 아프리카를 오히려 러시아와 밀착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일 회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타라스 비소츠키 우크라이나 농업부 차관은 "아프리카의 식량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약탈 곡물 구매가 아닌, '전쟁을 끝내라'는 더 큰 국제적인 압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