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팬데믹에도 성장했다"…스웨덴 SPA의 이유있는 변신

지난 3일 글로벌 패션 브랜드 H&M이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마리오몰에 매장을 열었다. 약 895㎡(270평)의 규모로 여성과 남성, 아동 제품들을 선보이는 새로운 형식의 매장이다. 매장을 찾은 H&M 아네타포쿠친스카 동북아시아 지역 리저널 매니저는 “기존 매장과 다른 보여주기 방식으로 인테리어에도 무척 공을 들였다”며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새롭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기쁘다”고 했다. H&M은 10일에는 전남 광양에도 새로운 매장을 열었다. 새로 오픈한 마리오몰·광양 LF스퀘어 테라스몰을 포함해 H&M은 전국적으로 37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 3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새롭게 문을 연 H&M 매장. [사진 H&M]

지난 3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새롭게 문을 연 H&M 매장. [사진 H&M]

 

“한국 시장 팬데믹에도 회복력 강해”

스웨덴에서 1947년 최초 설립된 H&M은 지난 2010년 한국에 진출했다. 패션과 품질을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대표적인 SPA(제조·유통·판매 일괄형) 브랜드다. 스페인 자라, 일본 유니클로와 함께 세계 패션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3대 글로벌 SPA 중 하나다.  

아네타 포쿠친스카 H&M코리아 대표(동북아 리저널 매니저)를 3일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 H&M]

아네타 포쿠친스카 H&M코리아 대표(동북아 리저널 매니저)를 3일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 H&M]

 
12년 전인 2010년 서울 명동 지점을 시작으로 한국 영업을 시작한 H&M코리아는 첫해 매장 2개가 37개로, 300억원대 매출은 2995(2021 회계연도 기준)억원으로 약 10배 늘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이 살짝 주춤한 것 외에는 12년간 계속해서 매출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H&M은 최근 현지화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3월 한국 케이팝 그룹인 있지(ITZY)를 모델로 기용했는가 하면, 서울 금천·전남 광양 등 지역 거점 매장을 활발히 열고 있다. 2016년 공식 온라인 몰을 국내 오픈한 이래로, 2020년에는 국내 e커머스 플랫폼인 SSG닷컴에 온라인 스토어를 시작했다. H&M과 같은 그룹사의 앤아더스토리즈는 올봄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민주킴’과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포쿠친스카 매니저는 이 같은 전략에 대해 “한국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라며 “팬데믹 기간에도 성장했을 뿐 아니라 이후 회복세도 강했다”고 말했다. 이어 “H&M뿐만 아니라 같은 그룹사 브랜드인 코스(COS), 앤아더스토리즈, 아르켓까지 좋은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의 특징으론 “메타버스 등 최신 기술이나 새로운 트렌드에 열려있으며, 이를 받아들여 다른 시장에 영향력을 주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H&M은 올해 3월 국내 아이돌 그룹 있지(ITZY)를 모델로 발탁한 후 광고 캠페인을 한국과 일본, 대만에 동시 진행했다.

H&M은 올해 3월 케이팝 그룹 '있지(ITZY)'를 모델로 발탁해, 광고 캠페인을 대만과 일본, 한국에 동시 진행했다. [사진 H&M]

H&M은 올해 3월 케이팝 그룹 '있지(ITZY)'를 모델로 발탁해, 광고 캠페인을 대만과 일본, 한국에 동시 진행했다. [사진 H&M]

 

“온라인·오프라인 함께 간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온라인 시장의 성장과 함께 자라·유니클로 등 SPA 브랜드와 나이키 등 대형 패션 리테일러들의 매장 전략에 변화가 엿보인다. 온라인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판매보다 소비자 경험에 중점을 둔 공간으로 변모하는 추세다. H&M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온라인몰을 강화하면서도 최신 콘셉트로 매장을 새로 단장한다.  

포쿠친스카 매니저는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매장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며 “새로운 형식을 적용해 매장 최적화하고 최상의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함께 가면서도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며 “고객이 온·오프라인에서 언제 어디서나 쇼핑할 수 있도록 옴니채널 전략을 일관되게 가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성은 이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패스트패션이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H&M은 또한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2025년까지 전체 소재의 30%를 재활용 소재로 사용한다, 2030년까지 100% 재활용 혹은 지속가능 소재만을 사용한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절대량을 56% 절감한다, 2040년까지 탄소 중립(넷 제로)을 달성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버려진 페트병이나 카페트 등을 가공해 만든 파티 웨어 컬렉션인 이노베이션 서큘러 디자인 스토리를 내놓기도 했다. [사진 H&M]

지난해 12월 버려진 페트병이나 카페트 등을 가공해 만든 파티 웨어 컬렉션인 이노베이션 서큘러 디자인 스토리를 내놓기도 했다. [사진 H&M]

 
포쿠친스카 매니저는 “성장하면서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며 “회사 성장과 지속 가능성이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16년 전 H&M에 합류했을 때 재활용 소재 제품을 고르려면 검색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우리 매대에 있는 어떤 것을 골라도 대부분 지속가능한 소재로 만들어져 있다”며 “지속 가능성은 이미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생활방식)이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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