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0년 9월 효은양(왼쪽)과 효은양의 할아버지가 나들이를 갔을 때 찍은 사진. 효은양 아버지 김민수씨 제공
초등학교 4학년 손녀에게 할아버지는 이런 유언을 남겼다. 김효은(10)양의 할아버지는 지난 4월 1일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당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핸드폰 전화를 통해 손녀딸에게 전해졌다. 효은양은 할아버지의 유언을 매일 생각한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잘 살라고 했잖아요. 근데 잘 산다는 건, 남을 도우면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이라고도 말씀하셨어요.”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에 다니는 효은양은 할아버지와 이별한 3주 뒤 장기기증 희망등록 신청을 했다.
“장기기증 등록하게 해줘!”

지난 4월 김효은양과 아버지 김민수씨가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교회에서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할 당시의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어린 학생의 결정에 부스에서 기증 신청을 받던 직원도 만류했다고 한다. 부모님의 동의 없이 장기기증 희망서약이 가능한 만16세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효은양의 어머니 천송이(50)씨도 “16살이 넘어서 결정하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효은양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버지 김민수(50)씨를 부스 앞으로 데리고 가서 “(장기기증 신청) 등록하게 해줘!”라고 요구했다. 아빠는 딸의 결심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그는 “효은이가 하고 싶다고 했고, 장기기증이 위험하거나 무서운 게 아니니까요”라고 말했다. 아빠도 효은양과 함께 장기기증 희망등록 신청을 했다.
“장기기증 신청하면 죽는 줄 알았는데…”

지난 1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에 위치한 김효은양의 집에서 만난 효은양 가족 모습. 양수민 기자
천씨도 20년 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다. “아버지와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고, 제 뜻도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어머니 송이씨의 신분증에도 ‘장기기증’ 글씨가 적혀 있다. 송이씨는 “면허증에 있는 ‘장기기증’ 문구를 보고 효은이가 뭐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설명해 준 적이 있어요”라고 했다.
효은양도 처음엔 장기기증이 무서웠다. “살아있는 사람 장기를 가져가는 건 줄 알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설명을 들어보니 (장기기증이) 무서운 건 아니더라고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장기기증 희망등록…“후회 없어”
효은양은 예전의 자신처럼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막연히 무서워하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얘들아. 장기기증은 생사람 잡는 무서운 게 아니니까 진정해!”
장기기증 약속이 그렇게 3대째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