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선 20주차 산모 이동현씨. 아기기후소송단
13일 오전 11시 20분, 20주차 산모 이동현(39)씨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인도에 섰다. 그의 앞으로 '지구를 지켜라, 아기 기후 소송!'이라고 적힌 긴 현수막이 세워져 있었다. 어린이들은 각자 그려온 지구, 멸종위기 동물, 플라스틱 쓰레기 그림을 들었다. 부모를 포함한 성인 20여 명이 바로 뒤에 섰다. 이씨는 "배 속에 있는 아기 딱따구리(태명)와 함께 기후소송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딱따구리는 이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서가 접수된 '아기 기후소송'의 대표 청구인이다.
태아 포함 62명이 청구인
아기 기후소송의 직접 청구인은 20주차 태아인 딱따구리를 포함해 62명이다. 2017년 이후 출생한 아기 39명과 만 6~10세 어린이 22명이 함께 헌법소원 청구서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8년 헌법재판소는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을 가지며, 형성 중인 생명의 태아도 마찬가지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13일 아기 기후소송 기자회견. 아기기후소송단
"NDC 50%로 올려야"
이들은 현행 NDC를 40%에서 최소한 50%로 상향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5세 아이를 둔 김예랑(34)씨는 "NDC를 40%로 규정하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환경 책을 들고 아이와 함께 공부하며 이번 헌법소원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지원한 녹색당의 김예원 공동대표는 "적어도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8년 대비 50% 이상 감축하자는 국제적인 논의를 우리 정부가 따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
민변은 이번 아기 기후소송이 탄소중립 관련 법안 내 2030년 감축 목표가 미래세대 권리를 보호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측면에서 독일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 등에서 제기했던 기후 소송과 유사하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 기후변화법 내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며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세대로 넘기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