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7% 땐 월 290만원 갚는다…영끌족 '하우스푸어' 공포

기자
김원 기자 사진 김원 기자
 

서울시 노원구 아파트값이 5주 연속 마이너스다. 15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지역으로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뉴스1

서울시 노원구 아파트값이 5주 연속 마이너스다. 15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지역으로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뉴스1

서울 마포구에 사는 40대 이모씨는 2020년 말 13억원에 아파트를 매입했다. 4억원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았고, 신용대출과 회사 임직원 대출 등을 끌어모아 1억원을 더 마련했다. 2% 중반대 변동금리(6개월)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은 이씨는 아파트 구매 당시만 해도 원리금으로 한 달에 200만원가량을 부담했다. 하지만 최근 주담대와 신용대출 적용금리가 오르면서 원리금으로 월 30만원 정도를 더 내고 있다. 그는 요즘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금리도 더 오를 것이란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다.  

치솟는 물가에 미국발(發)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15일(현지시각)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1994년 11월 이후 28년 만에 밟은 ‘자이언트 스텝’이었다. 다음 회의(7월 27일)에서도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이나 '자이언트 스텝'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불안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런 큰 폭의 금리 인상은 주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2% 하락하며 지난주(-0.01%)보다 낙폭이 커졌다. 3주 연속 하락세다. 

특히 노원구는 지난주 -0.03%에서 이번 주 -0.04%로 하락 폭이 커졌고, 강북(-0.01%)과 도봉구(-0.02%)는 각각 지난주 보합에서 이번 주 하락 전환되는 등 '노·도·강' 지역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부동산원은 "기준금리 인상 및 추가 가격 하락 우려로 관망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매물 누적으로 가격을 낮춘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성사되는 등 약보합세가 지속하며 서울 전체 하락 폭이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당장 시장에서는 매수세가 약화해지면서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의 조사에 따르면 16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6만3934건으로 일주일 전보다 1.7% 늘었다. 지난달 10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 시행 직전과 비교하면서 매물이 15% 증가했다. 하지만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집계한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는 1505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4901건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6월 거래는 245건에 불과하고 도봉·종로구에선 거래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4%대인 주담대 금리는 연말까지 7%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서울에서 전용 84㎡ 아파트를 올해 1~4월 평균 매매가격인 12억8582만원에 사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최대한도(9억원까지는 40%, 이후 초과분은 20%)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은 4억3716만원이다. 이때 주담대 금리 하단인 4% 금리로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매달 원리금 지출은 209만원이다. 하지만 금리가 5.5%로 오르면 매달 원리금 지출은 248만원(18%), 금리가 7%로 오른다면 291만원으로 39%나 증가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은행권에서 신규 취급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80.5%다. 금리가 오를수록 이자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해 전국 도시 근로자 가구 평균 가처분소득(약 419만원) 대비 서울 아파트 월 주담대 상환액 비율은 금리가 연 4%일 때 평균 45%를 차지했다. 그러나 금리가 연 7%까지 상승할 경우 월 주담대 상환액 비율은 평균 소득의 62%로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2020년 하반기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 패닉바잉(공황 구매) 붐 때 주담대와 함께 신용대출 등을 끌어모아 집을 구매한 '영끌족'이다. 원리금 부담이 더 커지는데, 집값까지 하락한다면 이른바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금리가 올라갈수록 지역 간, 세대 간, 소득수준 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소득 수준이 낮은 '영끌족'의 고통이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