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레 거장' 유리 그리고로비치.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볼쇼이극장 예술감독을 지낸 '발레 거장'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9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현지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19일(현지시간) 그리고로비치 측근을 인용해 "위대한 소련·러시아 안무가 그리고로비치가 숨졌다"며 영결식과 장례식 날짜와 장소는 추후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그리고로비치를 20세기 최고 안무가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1927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레닌그라드 발레학교를 졸업하고 1946년 키로프 아카데미 오페라 발레 극장(현 마린스키 극장) 발레단에 입단해 1961년까지 발레리노로 활약했다. 1961~1964년에는 이 극장의 안무가를 역임했다.
1964년부터 1995년까지 30년여간 볼쇼이극장의 수석 안무가를 맡았고, 1988년부터는 예술감독을 겸했다. '이반 뇌제', '호두까기 인형', '스파르타쿠스', '로미오와 줄리엣', '잠자는 숲속의 공주', '석화' 등의 작품을 연출하며 볼쇼이극장의 명성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5년 경영진과 불화로 그리고로비치가 볼쇼이극장을 떠났을 때는 이 극장 200여년 역사상 최초로 무용수 파업이 벌어졌다. 이후 그리고로비치는 크라스노다르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발레극장의 예술감독을 지내다가 2008년 볼쇼이로 돌아와 올해까지 안무가 겸 발레 연출가로 활동했다.
1973년 소련 인민예술가로 선정됐고 1986년에는 사회주의 노동영웅 칭호를 받는 등 러시아 안팎에서 60개 이상의 상을 받았다.
그리고로비치가 아끼던 무용수 중 한 명인 유리 블라디미로프도 이날 83세로 세상을 떠났다. 볼쇼이극장에서 활약한 블라디미로프는 그리고로비치의 발레 이반 뇌제에서 이반 뇌제 역 등을 맡았고 1987년 소련 인민예술가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