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차등적용 불발…소공연 “감당 여력 없다”

내년 최저임금은 기존대로 업종과 무관하게 단일 금액이 적용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차등) 적용 여부를 논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치열하게 맞섰다. 결국 8시간 넘는 치열한 토론 끝에 표결에 부쳤다. 표결 결과 찬성 11표, 반대 16표로 내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안은 부결됐다. 위원회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 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들이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1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들이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1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을 공약했지만, 적어도 내년에는 이뤄지지 않게 된 셈이다.  

이번 회의 모두 발언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업종마다 기업의 지급 능력과 생산성 등에서 현저한 격차가 나타난다“며 ”한계 상황에 도달한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은 그동안 사문화한 조항인데도 노동계는 파열음을 내지 않으려고 지금까지 인내하며 성실하게 심의에 참여했다”며 “최저임금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업종 구분을 불가역적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현행법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 이 경우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최저임금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에만 업종별 구분이 적용되고 이듬해부터는 줄곧 전 산업에 같은 금액의 최저임금이 적용됐다.


이날 공익위원들은 업종별 구분 적용과 생계비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하자고 제안했다. 2024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내년 심의 때 업종별 구분 적용이 제대로 논의되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기초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노동계에서 강하게 반대해 다음에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편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의 사업 종류별 구분적용을 시행하지 않기로 것에 대해 실망과 유감을 표명했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계가 한계 상황에 도달한 업종에 대해 구분 적용을 강력하게 요구했음에도 최저임금위원회가 또다시 단일 최저임금제를 고수하며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과 바람을 외면한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면서 “중소기업계는 추후라도 이미 법률에 명시된 사업 종류별 구분적용이 실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관련 데이터 확충 등 보다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도 입장문을 내고 “낡은 틀에 갇힌 최저임금의 결정구조로 인해 업종별 구분적용이 또다시 미뤄졌다”며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이같이 밝혔다. 소공연은 “최근 몇 년 새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올랐다”며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겨우 버티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일률적인 최저임금 적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