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설명회에서 물가안정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20621
지난달 한은이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의 3.1%에서 4.5%로 상향 조정한 뒤 한 달 만에 예상치를 더 높여 잡은 것이다.
물가 상승 전망치를 다시 끌어 올린 건 국제 원유와 곡물 가격의 오름세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 때 원유 수입가격을 배럴당 102달러 수준으로 놓고 올해 물가상승률을 전망했다. 그런데 공급 차질과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 선까지 뛰어오른 상태다.
이 총재는 “고유가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높아진 국제 식량 가격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하게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곡물 등의 비용 상승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다. 이 총재는 “국제 식량 가격 상승에 따른 애그플레이션 현상은 하방 경직적이고 지속성이 높아 그 영향이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에너지와 식료품의 경우 경제 주체의 체감도가 높아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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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이날 “시장과 전반전인 컨센서스를 보면 3분기 정도에는 물가 상승세가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견해”라면서도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변동성이 큰 상태”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폭과 속도로 쏠린다. Fed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한은도 7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예측이 커지고 있다. 7월 금통위 전 발표되는 6월 CPI 상승률이 6%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도 사상 첫 0.5%포인트 인상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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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연말 한은의 기준금리 수준이 연 3%에 이를 수 있다는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지금 예단하기는 좀 이르다”고 답했다. 연말 기준금리가 연 3%가 되려면 한 차례 이상의 빅스텝이 있어야 한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 역전에 대해서는 “미국의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금리 차가 굉장히 크게 되면 환율 (상승)이나 자본 유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환율과 자본유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보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리 차 자체에 매달리는 상황은 아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