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부채.
20일 한국은행은 올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이 전 분기보다 2조8000억원 증가한 1928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1분기에는 3조1000억원 줄었지만 2분기부터 다시 늘면서 4분기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다만 1분기 증가 폭은 전 분기(11조60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 등에서 받은 대출(가계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 등(판매신용)까지 포함한다. 이 중 가계대출은 전 분기 대비 4조7000억원 늘어난 1810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역시 역대 최대다. 판매신용은 연초 신용카드 이용 둔화에 1조9000억원 감소한 118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재민 기자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잦아들긴 했지만 2분기엔 다시 증가 폭이 커질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일시 해제(2월 13일~3월 23일) 기간 늘어난 주택 거래가 1~3개월 시차를 두고 대출에 반영되고 있어서다. 실제 4월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3000억원 급증했고, 5월 들어서도 15일까지 5대 은행 가계대출이 약 2조9000억원 늘었다. 오는 7월 수도권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으로 대출 한도가 줄기 전 ‘막차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와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 규모가 여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 하반기 들어선 더욱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1%다. 정부 목표치(80%)에는 못 미치지만, 3년 연속 하향 안정화 추세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2∼3월 늘어난 주택 거래로 5∼6월 주택담보대출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과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등으로 하반기엔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단 “(금리 인하 등) 금융 완화 기조는 가계대출이나 부동산의 불안 요인인 만큼 한은과 금융 당국이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오는 29일 현재 연 2.7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지 인하할지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