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가계빚 1928조로 또 역대 최대, 토허제 해제 영향은 아직

가계부채.

가계부채.

가계빚이 올해 1분기 말 1928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4개 분기 연속 늘었다. 다만 신용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이 줄면서 가계빚 증가 폭은 전 분기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20일 한국은행은 올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이 전 분기보다 2조8000억원 증가한 1928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1분기에는 3조1000억원 줄었지만 2분기부터 다시 늘면서 4분기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다만 1분기 증가 폭은 전 분기(11조60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 등에서 받은 대출(가계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 등(판매신용)까지 포함한다. 이 중 가계대출은 전 분기 대비 4조7000억원 늘어난 1810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역시 역대 최대다. 판매신용은 연초 신용카드 이용 둔화에 1조9000억원 감소한 118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1분기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늘었다. 다만 연말 연초 주택 거래 둔화 등으로 증가 폭(9조7000억원)이 전 분기(11조7000억원)보다는 줄었다. 지난해 9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등 당국의 대출 규제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 관리 등 영향도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주택담보대출 잔액으로 따지면 1133조5000억원으로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이다. 기타대출은 연초 상여금으로 신용대출을 상환한 영향 등으로 4조9000억원 줄면서 2021년 4분기 이후 14분기 연속 감소 추세를 이어갔다.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잦아들긴 했지만 2분기엔 다시 증가 폭이 커질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일시 해제(2월 13일~3월 23일) 기간 늘어난 주택 거래가 1~3개월 시차를 두고 대출에 반영되고 있어서다. 실제 4월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3000억원 급증했고, 5월 들어서도 15일까지 5대 은행 가계대출이 약 2조9000억원 늘었다. 오는 7월 수도권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으로 대출 한도가 줄기 전 ‘막차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와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 규모가 여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 하반기 들어선 더욱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1%다. 정부 목표치(80%)에는 못 미치지만, 3년 연속 하향 안정화 추세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2∼3월 늘어난 주택 거래로 5∼6월 주택담보대출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과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등으로 하반기엔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단 “(금리 인하 등) 금융 완화 기조는 가계대출이나 부동산의 불안 요인인 만큼 한은과 금융 당국이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오는 29일 현재 연 2.7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지 인하할지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