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근로자 7명 중 1명 외국인…"실제로는 더 많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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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기자 사진 이현 기자
지난해 약 23만 명의 외국인이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현장 근로자 10명 중 한두 명꼴인데,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20일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가 발간한 ‘건설 현장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한 외국인은 22만9541명으로, 전체 건설근로자의 14.7%를 차지했다. 1년 중 단 하루라도 일한 사람까지 모두 포함한 숫자다.

국내 건설업의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건설근로자 중 외국인 비율은 2020년 11.8%, 2021년 12.2%, 2022년 12.7%, 2023년 14.7% 등 꾸준히 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공공은 공사비 1억 원 이상, 민간의 경우 50억 원 이상만 퇴직공제가 의무적으로 가입되기 때문에 소규모 현장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며 “불법 체류 외국인까지 포함하면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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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이 확인된 근로자 중 한국계 중국인(조선족)이 83.7%로 가장 많았다. 조선족을 제외한 중국인(5.9%), 베트남인(2.2%), 한국계 러시아인(고려인·1.7%) 순으로 뒤를 이었다.

체류자격이 확인된 외국인 근로자의 50.4%가 재외동포 비자(F-4) 소지자였다. F-4 비자 소지자는 건설현장 일용직을 포함한 ‘단순 노무직’에 종사할 수 없으나, 실상은 외국인 건설 근로자 과반이 재외동포 비자로 일하고 있었다.


내국인 건설근로자의 경우 처음 건설현장에서 일한 나이가 평균 45.7세, 현재 평균 연령은 51.8세로 고령화돼 있다. 청년 유입이 줄어든 영향이다. 그나마 외국인 건설근로자는 입직 평균 연령 42.5세, 현재 평균 연령 47.4세로 내국인보다 각각 3.2세, 4.4세 젊다.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안전 교육을 하는 모습. [대우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안전 교육을 하는 모습. [대우건설]

현장에 외국 인력이 늘어나면서 건설사들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통역사와 통역 앱을 적극 활용 중이다. GS건설은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통역 프로그램 ‘자이보이스’를 개발했다. 대우건설은 2023년부터 통역 전담 직원을 채용해 현장에 배치했다. DL이앤씨는 한글을 몰라도 안전 수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안전 교육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6개 국어로 번역·활용 중이다. 서울시도 지난해부터 서울 시내 주요 도로와 도시철도 공사 현장에 실시간 통역 앱을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