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강원도 양양군 낙산해수욕장 인근에서 가로 12m, 세로 8m, 깊이 5m짜리 대형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했다. 싱크홀은 일정 규모 이상의 땅이 가라앉는 지반침하 현상을 일컫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싱크홀 주변 편의점 건물 절반가량이 땅속으로 주저앉으며 두 동강 났다.
![3일 오전 6시 40분쯤 강원 양양군 강현면 낙산해수욕장 인근 공사 현장에서 가로 12m, 세로 8m, 깊이 5m 크기의 싱크홀(지반 침하)이 발생해 주변 편의점 건물이 무너졌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8/07/4c23ac26-8ba3-4a2c-ba85-2c5ef1603168.jpg)
3일 오전 6시 40분쯤 강원 양양군 강현면 낙산해수욕장 인근 공사 현장에서 가로 12m, 세로 8m, 깊이 5m 크기의 싱크홀(지반 침하)이 발생해 주변 편의점 건물이 무너졌다. [연합뉴스]
강원 지역에선 2018년부터 84건의 크고 작은 지반 침하 사고가 발생했다. 부피로 따지면 3051㎥ 크기다. 올림픽 규격 크기의 50m짜리 수영장 1.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양양 싱크홀은 최근 5년간 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 중 가장 크다. 국토교통부는 4일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정확한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화강암·편무암 지대 많은데 ‘싱크홀’ 왜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1월 발표한 ‘도심지 지반침하의 원인과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지반침하는 1176건에 달했다. 사흘에 두 번 이상 발생한 건데 최근에는 서울과 부산·광주 등 여러 대도시에서 지반침하 현상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구가 밀집한 도심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싱크홀의 구체적 원인으론 ①땅이 충분히 다져지지 않거나 ②지하수의 흐름이 바뀌어서 또는 ③상·하수관 손상으로 누수가 발생한 경우가 상당수다. ①의 경우는 주로 ‘매립지’를 조성한 신도시에서 확인된다. 매립지 조성 때 사용한 흙이 단단히 굳지 않으면 서서히 가라앉는데, 이때 시설물 하중이 더해지며 침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3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에 위치한 7층 규모 상가건물에서 발생한 싱크홀.[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8/07/67d612c0-8c9f-42cb-a902-ce6aaa5dc654.jpg)
지난해 12월 3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에 위치한 7층 규모 상가건물에서 발생한 싱크홀.[뉴스1]
바뀐 지하수 흐름이 땅 꺼지게 해
이밖에 도심지 지하에 설치된 상·하수관로에서 누수가 발생할 경우엔 오히려 지하수가 엉뚱한 곳에서 흘러 지반침하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노후 관로의 누수는 장기간에 걸쳐 관로를 따라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주택·상가·공장 등과 인접해 있는 경우가 많아 피해가 크다.
![2014년 송파구 석촌 지하차도 싱크홀 현장을 방문해 대책을 보고 받고 있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 의원들. [사진공동취재단]](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8/07/497b34d8-83df-4dd0-b297-edf3907a5e2c.jpg)
2014년 송파구 석촌 지하차도 싱크홀 현장을 방문해 대책을 보고 받고 있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 의원들. [사진공동취재단]
지자체들은 싱크홀 예방사업에 나서고 있다. 과거 송파구 제2롯데월드 인근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한 서울시가 대표적이다. 타 지자체보다 비교적 실효성 있는 지반 침하 자료를 축적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단 평가다. 서울시는 2015년 국내 최초로 ‘지하레이더(GPR·Ground Penetrating Radar) 탐사 전단팀’을 구성해 전수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2015년부터 올 1월까지 총 5192개의 지하 공동을 발견해 복구했다. 지반침하 발생 건수도 2016년 57건에서 지난해 11건으로 줄었다.
전문가들 “지하 공간·지하수 기초자료 확보해야”

서울시 도로관리과 직원들이 동대문구 답십리동에서 싱크홀을 탐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015년 시작한 ‘지하공간 통합지도 구축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하정보활용지원센터에 따르면 지하공간 구축사업은 지하에 매설된 가스관·상하수도관·통신선 등 15가지 정보를 3차원 입체지도로 구현하는 사업이다. 2015년부터 5년간 290억 원을 투입했으나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하시설물 데이터 9800만건 가운데 288만 건은 오류 데이터로 추정돼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하수에 대한 기초자료 확보 역시 지반침하 예방에 필수적이다. 정부는 1990년 지하수 기초조사를 시작한 뒤 30년 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아직 전국 조사를 완료하지 못했다. 2021년 말까지 전국 167개 지역 중 151개 지역만이 조사가 완료됐다. 이마저도 조사 완료 후 10년이 지난 76개 지역(50.3%)은 대규모 지하개발 사업 등이 추진돼 ‘보완 조사’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보완조사가 실시된 지역은 11개에 불과하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도심에서 일어나는 지반침하는 무분별한 지하공간 개발로 인한 ‘인재’가 대부분”이라며 “연약지반·지하수 깊이, 토양 성질에 관한 정보 등을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손 교수는 “큰 비용을 들여 지하공간을 탐사하기보다 건물을 지을 때마다 수행하는 지반 조사에서 얻은 정보를 민간기업이 의무적으로 정부에 제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접근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