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세계 각국의 통화가치와 물가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빅맥지수도 비슷한 흐름이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7월 기준 한국의 빅맥지수는 3.5달러로 올해 1월보다 0.32달러 하락했다. 그간 빅맥 가격이 올랐는데, 달러 대비 원화 값이 싸지다 보니 2014년 1월(3.47달러) 이후 최저치로 하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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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통계는 한국 원화의 실질적인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나타낸다.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대외의존도가 높고 자본시장이 개방된 한국 경제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큰 원화의 환율 변동성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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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이런 원화가치 약세(환율은 상승) 효과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점이다. 우선 원화가 약세일수록 원유 등 수입품을 사오는 가격은 비싸지면서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국내 물가를 끌어올린다.
일반적으로 자국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가격경쟁력이 생겨 수출이 늘고, 경제가 개선된다는 이론도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한국에는 이젠 옛말이 됐다. 기술력을 확보한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서 원자재를 사와 가공한 후 수출하거나, 중간재를 해외로 넘긴 뒤 현지에서 완성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방식으로 수출하는 것이 자리를 잡았다. 원화 값이 하락한 만큼 원자재 등을 그만큼 비싸게 사와야 하는 부담이 커진 것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속도 조절에 들어간다는 확실한 신호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원화 약세는 이어질 것 같다”며 “당장 뚜렷한 해법을 찾긴 힘들지만,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며 외화 수급에 대한 걱정을 불식시키는 것이 원화가치 하락 압박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