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관세청에 따르면 8월 1~20일 무역수지는 102억2000만 달러(약 13조7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1~10일 적자 폭(76억8000만 달러)보다 커졌다.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9% 늘었지만 수입액 증가율이 22.1%로 더 높았다.
이대로 가면 무역수지는 4월 이후 다섯 달 연속 ‘마이너스’가 된다. 이는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14년여 만에 처음이다.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올해 누적 무역적자 규모도 254억7000만 달러(약 34조1000억원)로 뛰었다. 이미 1996년(206억 달러)을 넘어 연간 최대 적자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30여 년간 수출 ‘텃밭’이었던 중국 시장은 계속 흔들리고 있다. 이달 1~20일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줄면서 역성장했다. 대중 무역수지도 6억7000만 달러 적자로 넉 달 연속 ‘마이너스’ 가능성이 커졌다. 무역협회는 19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최근 대중 무역적자는 중국 경기 둔화, 수입 공급망 편중, 수출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반면에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에너지 가격 속에 수입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석탄(143.4%), 가스(80.4%), 원유(54.1%) 등이 수입액 급증을 주도했다. 주된 원유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의 수입액도 1년 새 99.2% 뛰었다.
향후 상황이 더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글로벌 경제가 전반적으로 흔들리면서 수출 부진이 가시화됐다. 원화가치 약세가 이어지면서 원자재 수입가격 상승 압박도 거세진다. 하반기 중에 특별한 반등 요인이 없으면 무역적자 기조는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전반적인 내수 위축 등으로 수출 물량이 별로 늘지 않고 있어 수출의 ‘상박하후’ 경향이 올해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연간 무역적자가 300억 달러를 훌쩍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은 내리막길에 접어든 모양새다. 21일 산업연구원의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에 따르면 반도체 현황 PSI는 5월 114에서 8월 30까지 급락했다. 9월 전망 PSI도 35에 그쳤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전월 대비 악화 의견이 많다는 의미다. 거시경제 침체 우려, 인플레이션에 따른 정보기술(IT) 제품 수요 위축 등으로 반도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았다.
최대 무역시장인 중국도 상하이 등 대도시에 대한 코로나19 봉쇄 이후 경기가 쉽사리 살아나지 않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중국 경제의 저성장과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감소가 함께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도 많이 줄어서 무역흑자를 예전처럼 내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이달 중에 중소·중견기업 해외마케팅 지원, 주요 업종별 수출 경쟁력 강화, 규제 개선과 현장 애로 해소 등을 담은 종합 수출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