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2동 기초생활 수급자 독거노인 집을 나서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 대통령의 이런 프레임은 방역정책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전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을 정치방역으로 규정하고, 과학방역(표적 방역)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 정부와 달리 영업시간과 사적 모임 인원을 무차별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복지에서도 취약계층을 타기팅(표적)하겠다는 뜻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가장 눈에 띄게 늘어난 분야는 '의료비 폭탄'으로 불리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다. 병원비 때문에 집을 팔거나 규모를 줄이는 '의료 빈곤층'이 대상이다. 이 제도의 핵심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지원 대상을 암 등 6대 질환(외래진료)에서 모든 질환으로, 지원 한도액을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했다. 이를 위해 예산이 436억5900만원에서 605억4500만원으로 38.7% 늘었다. 전 정부 연평균 증가율(5.2%)의 7.4배에 달한다.
장애인 분야(복지부 장애인정책) 지원도 11% 늘어난다. 기초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의 경증 장애인(종전 기준 장애 3~6등급)에게 지급하는 장애수당이 2015년 이후 처음 오른다. 월 4만원(복지시설 거주자 2만원)에서 6만원(3만원)으로 오른다. 기초수급자 장애수당 예산은 75.1%, 차상위계층은 18.5% 늘어난다. 전 정부(연평균 2.4% 인상)에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장애아동 가족지원도 17.8%(전 정부 14.1%) 올랐다. 이밖에 의료급여, 맞춤형 돌봄 등의 지원액도 적지 않게 늘었다. 최근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자립지원청년(보육원 퇴소 청년) 지원 예산도 61% 늘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전 정부가 보편적 복지, 현금복지를 하면서 정작 선거 때 보이스(목소리)가 약한 그룹을 상대적으로 챙기지 않은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우리가 바로잡는 중"이라며 "취약계층부터 (현금)복지를 튼실히 챙기자는 게 약자복지이며 이게 윤 대통령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그동안 유권자를 의식해 복지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혜택 확대에 치중했지만 현 정부가 표 계산을 하지 않고 위험에 빠진 이에게 집중하려는 건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앞으로 기초연금 인상도 소득 하위 40% 이하 저소득 노인에게 집중하고, 다른 나라보다 엄격한 재산 기준에 걸려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좀 더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비판적이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30일 논평에서 "기준중위소득 인상, 주가급여 기준 상향, 긴급복지 확대 등으로 기초생활보장 예산이 증가했다. 그러나 6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6%대인 것을 고려하면 결코 자랑할 만한 수준이 아니며 사실상 이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에 돌봄 서비스가 맡겨진 탓에 질이 매우 낮고, 돌봄 노동자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인 지 오래다. 그런데도 공공성이 담보된 인프라 확충 예산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