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비례의원 사퇴’ 찬성 41%에 발칵…고개 숙인 의원단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원들이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당원 총투표 관련 의원단 합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진교, 강은미, 류호정, 장혜영 의원,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원들이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당원 총투표 관련 의원단 합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진교, 강은미, 류호정, 장혜영 의원,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단은 5일 자신들에 대한 ‘사퇴 권고’ 당원 총투표가 전날 가까스로 부결된 것에 대해 “당원과 시민이 의원단에 대한 신뢰와 당에 대한 기대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분골쇄신하겠다”고 밝혔다.  

강은미·류호정·배진교·이은주·장혜영 의원 등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 5인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 총투표 과정과 결과를 의원단의 부족함에 대한 매우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또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대의에 헌신해온 수많은 당원들과 정의당의 역할과 책임을 기대하며 지지를 보내주신 시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드렸다”며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비례 의원단은“당장 이번 정기국회부터 불안정노동자, 주거불안에 시달리는 무주택자와 세입자, 가계부채로 고통받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를 지키기 위한 민생 3대 중점과제에 매진하겠다”며 “시민의 삶과 정의당의 본령을 더욱 든든하게 지키겠다”라고도 했다. 다만 이들은 구체적 혁신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배 의원은 “혁신은 당에서 토론 중이고 당대회에서 제출할 내용이 전국위에서 논의되고 있다”고만 했다.  

이번 당원 총투표는 대선과 지방선거의 잇따른 참패에 따른 책임론 차원에서 지도부가 아닌 다른 당원들이 직접 발의해 진행됐다. 개표 결과는 찬성 2290표(40.75%), 반대 4348표(59.25%)로 부결이었지만, 예상외로 높은 찬성률 탓에 당 안팎에선 “사실상의 불신임”(정의당 관계자)이란 평가가 나왔다. 지난 7월 당원 총투표 발의를 주도한 정호진 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부결 직후 “총투표는 부결됐지만, 여러분이 만들어낸 이 거대한 물결은 멈추지 않는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며 향후 당대회에서 노선 투쟁도 예고한 상황이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 뉴스1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 뉴스1

 
이날 당원 게시판에선 “평당원들 바람을 조직표로 누른 것”, “이은주, 배진교, 강은미 의원 등의 (노동조합·정파) 조직표 몫만큼 반대표가 나와 부결됐다” 등 반발 속에 일부 당원이 탈당을 선언하는 등 후폭풍도 이어졌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40%가 넘는 찬성률은 사실상 불신임 내지 초강력 경고”라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다음 총선까지 당을 안정적인 리더십으로 끌고 가기 어려울 것”이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