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당 원호값이 전날보다 9.1원 내린 1371.70원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올해 들어 외환보유액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한 달 만에 94억3000만 달러가 줄어들며, 월 감소 폭으로는 2008년 11월(-117억5000만 달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4631억2000만 달러)보다 266억9000만 달러가 줄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감소 원인을 강달러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100)는 지난달 2.3% 올랐지만, 유로화(-1.7%)와 파운드화(-4.2%), 엔화(-3.2%) 등 다른 통화는 가치가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외화자산 운용수익과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증가 등에도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 감소로 외환보유액이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외화자산 중 달러 외의 기타 통화 자산 비중은 31.7% 수준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은은 외환보유액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외환보유액 절대 규모로도 7월 말 기준(4386억달러)으로 세계 9위 수준인 데다, 경상수지 흑자 등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도 과거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대외자산-대외부채)은 7441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절하로 한국 외환시장에 유동성 문제가 있고, 외환보유액이 부족해 1997년이나 2008년 같은 외환 위기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지 않냐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며 “한국은 순채권국이기 때문에 유동성이나 신용 위험보다는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물가를 더 걱정하고 있다. 예전과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 권고 수준을 밑도는 것도 불안감의 요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IMF 권고치(6455억5000만 달러)에 2000억 달러가량 미달했다. 가장 엄격한 세계결제은행(BIS) 기준(7839억1000만 달러)을 맞추려면 외환보유액을 3500억 달러 더 쌓아야 한다.
다만 이 총재는 지난달 25일 “제가 IMF에서 왔다”며 “IMF의 어느 직원도 한국에 와서 외환보유액을 더 쌓으라고 얘기할 사람이 없다"며 "그런 기준은 작은 신흥국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