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소대 수술로 영어 발음 해결? 대신 이거 연습하세요”

이운정 원장의 슬기로운 말하기 교실 5화 발음교정법.

이운정 원장의 슬기로운 말하기 교실 5화 발음교정법.

우리 아이 말 습관, 이런 게 고민이에요
“아이가 자꾸 혀 짧은 소리를 내요”  
“숫기가 없어서 그런지 말할 때 입을 작게 벌려요”  
“특정 발음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아이의 발음이 답답하게 들리는 데 어떡하죠?”
양육자와 상담을 하다 보면 80% 이상은 “아이의 발음이 안 좋다”고 말합니다. 크면서 점점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도 웅얼웅얼 말을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중학생 아이들을 만나면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우물거리며 말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유아기 때는 발음이 서툰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학령기 이후에도 아이의 발음이 어눌하고 답답하게 들린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동생이 생겨서 잠시 퇴행 행동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구강 구조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발음을 교정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말하기에 익숙해지면 정확하게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눈치로 말을 이해하기도 하니, 굳이 정확하게 말해야 할 이유를 못 찾는 겁니다.

입을 조그맣게 벌려도 대화가 가능하다는 건 썩 좋은 경험은 아닙니다. 특히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는 점점 더 입을 벌리지 않고 말하려고 할 겁니다. 이러면 입 주변 근육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 자연스레 조음기관들이 굳어지는데요. 성인이 되어도 웅얼웅얼하고, 혀 짧은 발음을 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또렷하고, 명쾌한 발음 습관을 기르려면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요? 오늘은 상대에게 말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발음 교정법을 알려드릴게요.

설소대 수술보다 발음 연습이 더 중요해요

평소 우리가 얼마나 크게 입을 벌리는지부터 확인해보죠. 아이의 경우 검지, 중지, 약지 손가락, 성인의 경우 엄지, 검지, 중지 손가락 끝을 모아서 3층으로 쌓아보세요. 그리고 거울을 보며 입술을 벌리고 세로로 쌓은 손가락을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넣어봅니다. 한국어 발음 [아]에 해당하는 입 모양입니다. 생각보다 입이 많이 벌어지기도, 입을 벌리기가 힘든 경우도 있을 텐데요. 일반적으로 말을 할 땐 세 손가락이 모두 들어갈 정도로 입을 벌리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은 엄지, 검지, 중지를 세로로 쌓은 높이(왼쪽), 아이는 검지, 중지, 약지를 세로로 쌓은 높이 정도로 입을 벌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성인은 엄지, 검지, 중지를 세로로 쌓은 높이(왼쪽), 아이는 검지, 중지, 약지를 세로로 쌓은 높이 정도로 입을 벌려야 한다.

 
이번에는 그 상태에서 손가락을 빼고 그대로 [아,에,이,오,우]를 발음해보세요. 턱과 볼 근육이 움직이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다음에는 [으]의 입 모양을 유지한 채로 [그,느,드,르,즈.츠]를 발음해보세요. 아마 혀가 움직일 겁니다. 이제 [ㅁ,ㅂ,ㅍ]을 발음해 봅니다. 이번에는 입술이 움직이죠.


이렇게 우리는 턱과 볼 근육을 움직여 ‘모음’을 발음하고, 혀와 입술을 움직여 ‘자음’을 발음합니다. 모음과 자음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입의 부분들을 ‘조음기관’이라고 부릅니다. 발음은 이 조음기관, 즉 턱과 볼 근육, 혀와 입술을 잘 움직여야 합니다. 만약 모음을 잘 발음하지 못한다면 ‘턱과 볼 근육’의 움직임이 둔한 거고, 자음 발음을 어려워한다면 ‘혀와 입술’의 움직임이 어색한 겁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릴게요. 우선 턱과 혀가 다 자라지 않은 어린아이들은 [ㅘ, ㅝ] 같은 이중모음과 [ㅅ,ㅈ,ㅊ]의 자음 발음을 어려워합니다. 또 혀의 아랫바닥과 입속 점막을 잇는 띠 모양의 힘살인 ‘설소대’가 짧다면 혓소리 [ㄴ,ㄷ,ㅌ,ㄹ]과 잇소리 [ㅅ,ㅈ,ㅊ]의 발음을 잘 못 합니다. 치아의 ‘부정교합’도 부정확한 발음의 원인이 되곤 합니다. 입천장과 윗니에 혀가 닿는 위치가 달라지면서 발음이 다르게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많은 양육자분들이 설소대 수술이나 치아 교정을 하면 발음이 좋아질 수 있는지 문의합니다. 한때 ‘설소대 수술을 하면 영어 R발음을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에 따르면 설소대 수술은 발음 교정과는 무관합니다. 태어난 직후 또는 아이가 말을 시작하기 이전이라면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큰 효과는 없다는데 입을 모읍니다. 또 치아교정은 발음 교정 훈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결국 인위적으로 힘을 가해 구강 구조를 바꾼다 해도, 아이가 조음 기관을 움직이는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발음 교정은 어렵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아이의 발음이 어눌할 때 또박또박 말하라거나, 입을 크게 움직이라고 강요하면 아이는 오히려 더 위축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우물거리며 말할 때는 이렇게 얘기해주세요.

“아빠가 네 말을 잘 듣고 싶었는데, 잘 안 들렸어. 조금 천천히 정확하게 다시 말해줄래?”
“엄마가 네 입 모양을 잘 보고 있을게. 조금만 더 또박또박 말해줄 수 있어?”
“엄마는 ‘가고싶어요’라고 들었는데, 그렇게 말한 게 맞을까?”
이렇게 말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발음을 정확하게 말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때는 절대 다그치지 말고 ‘너의 말을 잘 듣고 싶었는데 내가 놓쳤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만약 효과가 없다면 다음 두 가지 방법을 활용해보세요.  

①입을 크게 벌리면서 대화하기  
‘거울 효과’라는 심리적 반응을 활용한 훈련입니다. 거울 효과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타인의 행동을 저절로 따라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린 아이일수록 상대방의 표정과 행동을 잘 따라하죠. 그래서 아이와 마주보고 대화할 때 양육자가 먼저 입을 크게 벌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습니다. 양육자가 아이와 대화할 때 글자 하나하나를 정확한 입 모양으로 말한다는 생각으로 입을 크게 벌리고 말해주세요. 아이도 어느샌가 그 입 모양을 따라 하게 될 겁니다.  

②발음의 조음점 정확하게 짚어주기  
저에게 스피치를 배우는 학생 중, 설소대가 짧은데도 [ㅅ,ㅈ,ㅊ,ㄹ]의 발음을 정확하게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어린 시절부터 입천장에 손가락 끝을 갖다 대고 조음점(혀의 위치 또는 혀 끝이 닿는 지점) 위치를 알려주며 혀 끝이 그 자리에 닿을 수 있도록 꾸준히 도와줬다고 하더군요. 아이가 자음 발음을 잘 못한다면 입 안의 조음점을 짚어주며 말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함께 거울을 보며 연습하면 더 좋습니다.  

 

자음 조음점
ㄱ, ㄲ, ㅋ, ㅇ : 혀의 뒷부분이 연구개(뒷쪽 입천장)에 닿는다.
ㄴ,ㄷ,ㄸ,ㄹ,ㅅ,ㅆ,ㅌ: 혀끝이 그림의 조음점에 닿는다.
ㅁ,ㅂ,ㅃ,ㅍ: 두 입술을 붙였다 떼며 발음한다.  
ㅈ,ㅉ,ㅊ: 혀의 앞 부분이 경구개(윗쪽 입천장)에 닿는다.  
ㅎ: 성대의 울림으로 나는 소리 
 

우리 아이 발음 교정 실천가이드

운동할 때 동작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칭을 먼저 해야 합니다. 말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음기관이 원활하게 움직이려면 근육을 풀어주는 운동이 필요합니다. 아래 실천가이드를 놀이처럼 따라 하면서 조음기관 푸는 운동을 자주 해주세요. 조음기관 스트레칭은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①수시로 하는 입 풀기 운동
1) 입 안에 공기를 가득 넣어 풍선입을 만들고 우물우물 한다.
2) 혀로 윗니 아랫니를 훑듯이 돌리며 ‘치카치카’를 10번 한다.
3) 혀끝을 윗니 뒤에 대고 튀기듯 ‘똑딱똑딱’을 10번 한다.
4) 혀끝을 털면서 ‘따르르르릉’을 10번 한다.
5) 입술을 붙인 채로 힘을 빼고 푸르르르(일명 푸대질)을 5번 한다.

② 연지곤지 게임
조음기관 중 볼 근육과 얼굴 근육을 푸는 게임입니다. 얇은 포스트잇을 양볼과 인중, 턱에 하나씩 붙여봅니다. 그후 손을 대지 않고 얼굴 근육을 움직여서 포스트잇을 떼어봅니다.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해 누가 제일 빨리 떼어내는지 시합을 하면 더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③ 침묵게임
소리내지 않고 입모양만으로 단어를 맞추는 게임입니다. 먼저 단어카드를 준비해주세요. 이때 단어는 평소 책에서 보는 쉬운 어휘로 골라주세요. 아이는 그 단어를 보고 글자 수를 말한 뒤, 음가 하나하나를 입 모양으로만 상대방에게 보여줍니다. 이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입을 크게 움직이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쪽의 행동이 제약을 받으면 다른 한쪽을 더 크게 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리’를 내지 못하면 무의식적으로 입 모양을 크게 만들게 되는 원리입니다.

④ 노래로 하는 발음연습
모음 연습에 좋은 동요 한 곡을 소개합니다. 최승호 시인이 아이들의 말놀이를 위해 지은 시에 작곡가 방시혁이 음을 붙인〈원숭이〉입니다. 노래의 재생속도를 느리게 또는 빠르게 조정하면서 아이와 함께 불러보세요. 이때 아이가 “아야어여오요” 부분을 따라 하기 어려워할 수 있습니다. 이때 입을 크게 벌리며 노래를 부르자고 하면 따라 하기가 좀 더 편하다고 말해주세요.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은 ‘랩’ 따라부르기도 좋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들며 ‘랩’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랩은 다양한 발음을 빠른 속도로 따라 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발음 연습이 이뤄지고, 발음 교정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⑤ 어려운 발음 문장 따라하기
발음하기 어려운 문장을 이용한 연습입니다. 아래 박스에 제시된 예시를 크게 적어 벽에 붙여두고 누가 끝까지 틀리지 않고 발음하는지 시합해 보세요. 양육자는 조금 서툴게 발음하며 아이가 이길 수 있도록 해주세요. 발음이 교정되는 건 물론이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을 겁니다.  

아래 문장 중 하나를 골라 시합해 보세요.
1)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공 공장장이다.

2) 내가 그린 구름그림은 새털구름 그린 구름그림이고, 네가 그린 구름그림은 깃털구름 그린 구름그림이다.

3) 한국관광공사 곽진장 관광과장

4) 안촉촉한 초코칩 나라에 살던 안촉촉한 초코칩이 촉촉한 초코칩 나라의 촉촉한 초코칩을 보고 촉촉한 초코칩이 되고 싶어서 촉촉한 초코칩 나라에 갔는데 촉촉한 초코칩 나라의 촉촉한 초코칩 문지기가 "넌 촉촉한 초코칩이 아니고 안촉촉한 초코칩이니까 안촉촉한 초코칩나라에서 살아"라고해서 안촉촉한 초코칩은 촉촉한 초코칩이 되는것을 포기하고 안촉촉한 초코칩 나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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