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2일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모습. 노동신문=뉴스1
"절대 핵 포기 없다"
북한은 이날 회의에서 채택한 핵무력 정책 법령 6조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북한에 대한 핵무기 또는 대량살상무기(WMD) 공격 감행 혹은 임박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 공격 감행 혹은 임박 ▶국가의 중요 전략적 대상에 대한 군사적 공격 감행 혹은 임박 ▶유사시 전쟁 주도권 장악 등 작전상 필요 ▶국가 존립, 인민 생명에 파국적 위기 초래 등이다.
<선제 핵공격 명시한 북한 핵무력 정책 법령>
2022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6조 '핵 무기 사용 조건'
1. 핵무기 또는 대량살육무기 공격이 감행 또는 임박
2. 국가지도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 또는 임박
3. 국가의 중요전략적대상에 대한 치명적 군사적 공격이 감행 또는 임박
4. 유사시 전쟁의 확대화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
5.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선제>
2022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6조 '핵 무기 사용 조건'
1. 핵무기 또는 대량살육무기 공격이 감행 또는 임박
2. 국가지도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 또는 임박
3. 국가의 중요전략적대상에 대한 치명적 군사적 공격이 감행 또는 임박
4. 유사시 전쟁의 확대화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
5.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선제>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비군사적 상황에서도 핵 사용 가능성을 열어 두는 등 사실상 모든 환경에서 핵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8일 평양에서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2일차 회의.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유일 지휘' 명시
이날 북한이 발표한 핵무력 정책 법령은 미국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 등 기존 핵 보유국의 핵 독트린을 사실상 흉내냈다는 평가다. 핵무력의 사명, 구성, 지휘통제, 사용 원칙, 사용 조건 등 항목으로 구성된 이번 법령은 향후 명실상부한 핵 보유국의 지위에서 미국과 한국, 국제사회와 상대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거란 분석이다. 더 이상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 군축 협상을 시도하는 방향으로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4주년을 맞은 경축 행사에 참석한 모습. 노동신문=뉴스1
"핵 갱신·강화"…핵실험 임박
또 법령 3조에는 "국가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된다"고 명시했다. 앞서 김 위원장이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4월 25일, 군 창건 90주년 열병식)고 말하는 등 그간 말로만 시사하던 핵의 선제 타격 및 보복 기능을 아예 법에 못박은 셈이다.
북한이 공언한 반격 능력을 갖추려면 소형 핵탄두 개발을 비롯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망라한 핵 투발 수단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핵실험을 통한 협상력 제고 등 정치적 고려 뿐 아니라 기술적 수요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정부 소식통은 "지난해 1월 당대회에서 발표한 초대형 핵탄두 생산 등 국방 발전 5개년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핵실험은 3년 내 최소 한 차례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5월 25일 북한이 국제 기자단을 불러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기 전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한ㆍ미, 4년여만 확장억제 회의 개최
이런 가운데 오는 16일 워싱턴에서 한ㆍ미 외교ㆍ국방(2+2)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가 4년여만에 열린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냉전 구도 속에서 회의론이 제기되는 미국의 확장억제의 신뢰성과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한편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가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불을 붙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생각할 계획"이라며 "NPT 체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키겠다"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