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혁신성장 연구
다음 달 창립 60주년을 맞는 SK이노베이션은 1962년 대한석유공사에서 출발했다. 1980년 선경(SK의 전신)에 인수된 이후 석유화학, 종합에너지, 바이오, 배터리와 그린에너지까지 섭렵하면서 지난 60년간 변신과 성장을 거듭해왔다. 오늘날 SK를 재계 2위 대그룹으로 만든 토대가 된 SK이노베이션의 혁신성장 10가지 성공 비결에 관한 학술 심포지엄이 지난달 30일 기업가정신학회 주최로 열렸다. 오늘날에도 유효한 경영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자리였다. 이날 발표된 내용과 연구결과를 정리해 연재한다. 다섯 번째 혁신성장 스토리는 한중 최대 경협 프로젝트 '중한석화'. 표민찬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의 분석 발표를 토대로 정리했다.
'한중석화' 탄생에 걸린 7년
누구보다 빠르게 중국에 눈 뜨다

1991년 국내 기업들 가운데 최초로 베이징사무소를 개설한 선경. 사진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들도 중국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여러 차례 환기했다. 최종현 SK 선대회장은 "중국과의 관계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반드시 긴밀한 사이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사업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1994년엔 중국 장쩌민(江澤民) 주석을 만나 중국 투자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2002년에 "세계 경제의 두 축이 미국과 중국으로 모이고 있다"며 다가올 G2 시대를 예견했다.
이런 인식 덕분에 중국 사업의 장기적 비전이 마련됐다. 바로 SK에 맞먹는 '또 하나의 SK'를 중국 안에 만드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이다. 중국 현지에서 중국인을 고객으로, 중국 사람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을 만든다는 의미다.
7년 뚝심으로 얻은 결실
이듬해 중국 우한에서 에틸렌 공장 착공식이 거행된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영환경이 악화한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SK의 기술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합작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중국 경제와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을 관리하는 정부 부서로 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합작사업은 좌초 위기에 놓였다.

2007년 SK와 시노펙의 우한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된 에틸렌 공장 착공식. 사진 SK이노베이션
SK는 포기하지 않았다. 최태원 회장은 "중동의 산유국처럼 원유나 원재료를 보유하진 않았지만, SK는 지난 40여년 간 국내외에서 여러 석유화학 공장을 건설하고 운영한 노하우가 있다"며 중국 측을 꾸준하게 설득했다.
5년만인 2011년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었다. 파트너였던 시노펙과 전략적 협력 업무협약(MOU)를 체결한다. 2013년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SK와 시노펙의 협력사업을 승인했다. 이어 중국 최고 국가행정기관인 국무원도 사업 승인을 결정했다. 같은 해 합작법인 중한석화 설립 계약에 성공한다. 바스프·엑손모빌 등 글로벌 메이저 석유화학사를 제외하면 아시아 기업 중 중국 에틸렌 사업에 진출한 업체는 SK이노베이션이 최초였다.
합작사업의 완성이 아닌 시작
중한석화는 현재 후베이성의 최대 석유화학 기업으로 성장했다. 후베이성에 내는 세금 기여도 역시 화학 기업 중 가장 높다. 중한석화는 현재 총자산이 258억 위안(한화 약 5조1000억원). 직원도 2800여명에 달한다. 국가경제와 지역경제 모두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은 중한석화의 경쟁력을 중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시노펙과 협력 확대를 통한 추가 성장 기회 역시 지속 발굴해 나갈 예정이라고 선언했다.

중한석화의 에틸렌 설비. 사진 SK이노베이션
비파괴적 혁신과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의 성공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은 단순히 외국 기업과 전략적 협력을 도모하는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다. 두 기업간의 차이점을 결합해 경쟁우위로 삼고, 핵심 능력을 상호 이전해 사업화 성공을 구체적으로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SK는 중한석화 설립 초기부터 '경쟁력 강화 TF'를 중국에 파견해 원가절감 노하우를 전파하고, SK의 경영철학(SKMS)도 이식했다.
표민찬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 인터뷰

표민찬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
SK이노베이션 창립 60주년 기념 '혁신성장 연구'에 참여하신 소감을 간략히 말씀해주세요.
이번 혁신성장 연구 심포지엄을 준비하며 얻은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사이트는요.
석유사업 진출, 종합에너지 기업에서 그린 에너지로의 전환까지, SK이노베이션의 끊임없는 혁신이 우리나라의 성장발전이나 기업경영에 던지는 의미나 화두는 무엇일까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SK이노베이션의 미래를 전망한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