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현대차·LG 이어 삼성도 환경경영 선언 “변수는 공급망·에너지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1라인 클린룸 내부 모습.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1라인 클린룸 내부 모습.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15일 신(新)환경 경영전략을 내놓으면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로써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은 총 23곳으로 늘어났다. SK·현대차·LG 등 4대 기업의 주요 계열사들은 앞서 RE100을 선언한 바 있다. 삼성으로선 심화하는 기후위기로 국제사회의 탄소 감축 움직임에 동참할 필요가 높아졌고, 경제 대국들의 압박도 적지 않았던 탓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인 ‘RE100’은 참여 기업의 사용 전력량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100% 조달하겠다는 선언이다. 삼성은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제조기업인 만큼,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기업이기도 하다. 삼성은 한국 기업 중에선 선도적으로 1990년대부터 친환경 경영을 추진해왔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열악한 탓에 탄소중립 선언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업계는 이번 삼성의 RE100 가입이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과 반도체·스마트폰 사업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미국 인텔·애플, 대만 TSMC 등은 이미 RE100에 가입해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완제품 제조사뿐 아니라 부품 제조사, 협력업체까지 탄소중립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미·중 갈등, 공급망 대란 등으로 국제 질서가 다극화하며 ‘탄소 장벽’은 점점 높아졌다. 미국·유럽 등 서방 경제강국이 중국 등 후발국을 배제하기 위한 ‘사다리 걷어차기’ 속내도 깔려있다. 

그간 국제 사회는 국내 기업들에 탄소중립 요구를 지속해서 해왔다. 유럽 최대 연기금 운용사인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도 올해 초 삼성에 주주 서한을 보내 탄소배출 감축을 요구한 바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RE100’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14.7%의 기업이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유럽연합(EU)·미국 등도 탄소국경세를 추진하며, 산업 수출에 큰 비중을 둔 국내 기업의 참여가 불가피해졌다.


지난 1월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에서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지난 1월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에서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0%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삼성은 재생에너지 수급이 용이한 미국·유럽·중국 내 전체 사업장에서 사용전력의 100%를 이미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하지만 핵심 생산기지가 있는 국내에선 유독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16%(지난해 기준)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의 RE100 참여 선언으로 국내 재생에너지 전력거래 시장이 요동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삼성전자가 참여하면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의 공급이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외적 여건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환경경영전략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박유경 APG 아태지역 책임투자 총괄이사는 “삼성전자가 한발 나아갔다는 사실을 환영한다. 이번 선언은 한국 정부의 기후 관련 공약이 후퇴하는 듯 보이는 현시점에 나왔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며 “삼성전자의 선언은 총수 일가를 비롯한 고위 경영진의 최종 의사결정이 있어 가능했던 만큼, 과감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