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게임'으로 에미상 6관왕을 달성한 주인공들은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각자 수상한 트로피를 들어 보였다. 왼쪽부터 시각효과상(정재훈), 프로덕션디자인상(채경선), 여우게스트상(이유미), 감독상(황동혁),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 스턴트상(이태영·김차이·심상민) 수상자들. 뉴스1
“주변에 ‘에미상 한번 가보자’고 말하긴 했었죠.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상을 받아서 에미상이 아직 어떤 한국인도 받은 적 없는 상이 됐으니까요. 그런데 이 정도로 큰 성공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스스로도 큰 기대 없이 외쳤던 ‘에미상 한번 가보자’는 말은 1년 만에 현실이 됐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 시상식(Emmy Awards)에서 6관왕을 달성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하 ‘오겜’) 황동혁 감독의 이야기다.
비영어 작품 최초로 에미상을 석권하고 금의환향한 ‘오겜’ 팀은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장에서 못 다 이야기한 소감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감독·여우게스트·시각효과·스턴트·프로덕션디자인 부문 수상의 주인공들이 모두 참석했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이정재는 자신이 연출한 영화 ‘헌트’로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참석해야 해 함께하지 못했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황동혁 감독을 비롯한 배우와 스태프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은 74회 에미상에서 황동혁 감독이 감독상을, 배우 이정재가 남우주연상을 받는 등 6관왕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다만 이정재는 미리 촬영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수상자로 불리던 순간) 아주 짧은 0.1초 사이에 ‘내가 맞나? 아닌가?’ 하는 생각이 세 번은 지나간 것 같다. 여전히 얼떨떨하지만 많은 동료들의 축하 문자에 감사 답장을 쓰다 보니 조금씩 실감이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같은 회사인 배우) 정우성씨와 다음 작품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근황을 알리기도 했다.
K콘텐트 인기 비결?…“우린 항상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배우 이유미(왼쪽부터)와 황동혁 감독,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가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오겜’을 제작한 싸이런픽쳐스의 김지연 대표는 “제 경험으로 보면 ‘K콘텐트를 육성하자’와 같은 의도를 갖고 달려가는 순간 오히려 잘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며 “오히려 창작자들에게 많은 기회와 인내심을 내주며 유무형의 자본을 투자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경선 미술감독도 창작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으로 ‘자유’를 꼽으며 “감독님이 저를 믿어주고, 넷플릭스에서 많은 지원과 자율성을 준 덕분에 무한하게 창작할 수 있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미술·VFX·스턴트도 빛난 수상, “보이지 않아도 응원해달라”

1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에미상 스턴트 상을 받은 김차이(왼쪽부터), 이태영, 심상민 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은 74회 에미상 드라마 부문에서 황동혁 감독이 감독상을, 배우 이정재가 남우주연상을 받는 등 6관왕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한국 스턴트 배우 사상 처음으로 국제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베스트스턴트 팀’의 이태영 무술팀장은 “300명 정도 되는 스턴트 인력이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많은 콘텐트에 참여하고 있다. 적은 수 대비 퀄리티가 높다고 자부하고, 한국의 그 어떤 스턴트인을 세계에 내놔도 절대 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할 테니 그 이면에 있는 저희도 많이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즌2,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에 문제 제기”
수상하지 못한 상 중 가장 아쉬웠던 상으로 작품상을 꼽으며 “마지막에 팀이 다 같이 올라갈 수 있는 순간을 바랐는데, ‘S’로 시작하는 수상자가 ‘스퀴드(Squid)’가 아니라 ‘석세션(Succession)’이어서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한 황 감독은 이날 마지막 인사로 “1년 여정의 마지막에 모두 함께 주목받을 기회가 왔다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말을 남겼다. “보통 모든 관심이 주연 배우나 감독한테 쏠리는데, 참 고맙고 다행스럽게도 스태프 부문 시상식이 먼저 열려서 좋은 소식이 들린 게 제일 좋았다”는 것이다.
황 감독은 그러면서 “이제 빨리 이 즐거움과 행복을 떨쳐버리고 집필 작업에 매진하려 한다. 지금도 한창 글을 쓰다가 리듬이 깨져서 빨리 돌아가야 한다”며 “2년 후에 나올 시즌2도 많이 기대해 달라. 기다리시는 분들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