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무명에 가까웠던 김 의원은 결국 이명박 정부 청와대 춘추관장 출신인 이상휘 후보를 꺾고 국회에 입성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 후 김 의원의 후원회장도 맡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국면에선 김 의원이 문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그는 각종 집회ㆍ유세에서 “세상 사람이 모두 부패한다고 해도 그분은 부패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는 그 사람의 그림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12월 2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추진과 관련해 ‘국민이 이깁니다’라는 주제로 국민께 호소하고 있다. 맨 왼쪽이 김병기 의원. 이날 김 의원은 연단에 올라 “세상 사람이 모두 부패한다고 해도 그 분은 부패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목놓아 울고 싶다”, “저는 그 사람의 그림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文 그림자” 김병기…李에 계양을 출마 권유하며 친명 핵심 부상
특히 이 대표 주변에선 “사무처만큼은 로열티가 강한 사람이 운용해야 한다”(친명계 초선 의원)는 의견이 있던 터라, 당내엔 “문 전 대통령 영입 인사가 이제 친명계 핵심 인사로 완벽히 변신해 공식 도장까지 찍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의정 생활 대부분 친문으로만 분류됐을 뿐, 이 대표와의 접점은 거의 없었다.
6년여 ‘문재인 키즈’로 불렸던 그가 친명계로 바뀐 과정은 짧지만 굵었다. 지난해 이재명 대선 캠프 현안대응 TF 단장을 맡은 게 제대로된 인연의 첫 시작이었다. 당시 캠프 관계자는“이 대표와 별다른 인연은 없었지만, 국정원 출신이란 이력을 보고 발탁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4일 이재명 대선 캠프 현안대응TF 단장을 맡은 김병기 의원이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윤석열 장모 최씨, 성남시 일대 부동산 차명 소유 혐의...성남 중원구청 과징금 54억 부과'에 관한 브리핑을 하는 모습. 뉴시스
그렇게 업무로 만난 사이지만, 이때부터 네거티브 대응 등에서 성과를 내며 그는 친명 그룹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마침 경기도청 비서관 출신인 김모씨가 TF 선임팀장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자연스레 김 의원은 이 대표의 오랜 실무자 측근 그룹과도 가까워졌다.
그러다 핵심으로 떠오른 건 이 대표가 6ㆍ1지방선거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고심하던 때였다. 김영진 의원 등 원조 친명계인 ‘7인회’의 대다수는 물론 복심인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조차 출마를 반대할 때, 총대를 메고 출마를 권유한 게 바로 김 의원과 박찬대 최고위원이었다.
7인회 소속의 한 의원은 “모두가 반대만 할 때 김 의원이 원하는 답을 말해줬으니, 이 대표의 신뢰가 커진 게 당연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친명계 관계자도 “김영진 의원 등이 이 대표와 한발 멀어질 기미가 보이자, 김 의원이 재빨리 한발 다가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표가 8ㆍ28 전당대회를 준비할 때 친명계 텔레그램 채팅방을 개설해 조직적인 지원에 나선 것도 김 의원이었다. 초기 20여명으로 시작한 채팅방은 현재 70명 가까운 인원이 참여하며 친명계 의원의 대표적인 커뮤니티가 됐다.

지난 7월 1일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룰과 관련, 대의원 비율을 낮추고 권리당원과 국민여론조사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남국, 김병기, 강민정, 양이원영, 한 의원. 뉴스1
주류 교체기 기회주의 지적도…金 “나는 친문이자 친명”
이런 반응에 김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친문과 친명은 다르지 않다”며 “굳이 구분한다고 쳐도 나는 친문이자 친명인 의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체제에서 요직을 맡은 데 대해서도 그는 “제가 국정원 다닐 때 인사와 예산 업무를 해봤다”며 “친명계라 당직을 맡았다는 시선이 있는 것도 알지만, 그와 무관하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