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흥분" 옆집女 문에 폰 대고 녹음한 男, 격리 못하는 이유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18일 스토킹처벌법 위반과 주거침입,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40대 남성 A씨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8월부터 이번 달 초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자신이 사는 서울 고덕동 아파트 옆집에서 나는 소리를 녹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 YTN 캡처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18일 스토킹처벌법 위반과 주거침입,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40대 남성 A씨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8월부터 이번 달 초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자신이 사는 서울 고덕동 아파트 옆집에서 나는 소리를 녹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 YTN 캡처

 
‘신당역 살인 사건’으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공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 남성이 여성 혼자 사는 옆집 소리를 엿듣고 휴대전화를 문에 갖다 댄 채 녹음까지 한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피해자와 가해자를 강제로 분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이에 대해 법적,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18일 스토킹 처벌법 위반과 주거침입,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40대 남성 A씨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8월부터 이번 달 초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자신이 사는 서울 고덕동 아파트 옆집에서 나는 소리를 녹음한 혐의를 받고 있다.

 
KBS와 YTN 보도에 따르면, 아파트 CCTV에는 오전 1시가 넘은 새벽 시간대에 헤드셋을 쓴 A씨가 옆집 현관문에 휴대전화를 가져다 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A씨는 하루에도 대여섯 차례나 이런 행동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옆집에 혼자 사는 여성 B씨는 “어느 정도 의심이 됐던 게 올해 초였다. 저녁 시간에 퇴근하고 집에 들어갔다가 밖에 나오려고 문을 열면 현관 앞에 앞집 아저씨가 있다든가 했다”라며 “(항의했지만) 저를 생각하고 우리 집을 생각하면, 성적인 흥분을 느껴서 그렇다고 얘기하더라”라고 말했다.


 
B씨는 그러면서 “‘이사비를 줄 테니 이사 가라’, ‘고소는 하지 말라’고 얘기하더라”라고도 밝혔다.

 
B씨는 경찰에 A씨를 고소했지만 “성폭력을 당하거나 성추행을 당하지 않는 이상 (경찰에서) 저를 보호해주거나 그 사람하고 저를 격리할 수 있는 법이 없다고 하더라”라며 토로했다.

 
경찰은 B씨에게 스마트워치와 출퇴근 신변 경호를 제공하고, A씨에게 접근금지 경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토킹범죄처벌법 관련 규정에 따르더라도 A씨를 강제 분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및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접근금지 명령은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물리적 거리만을 얘기한다”며 “지금처럼 물리적 거리가 의미가 없는 경우라도 (피해자가) 보호될 수 있는 그런 보완 장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성배 변호사는 “경찰은 현장에서 긴급 임시조치를 할 수 있고 이에 위반할 경우, 즉 접근금지나 전기통신을 이용한 연락 금지 조처를 했음에도 그 조치를 위반했을 때는 과태료 부과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그와 별개로 법원이 같은 내용의 잠정 조처를 내렸음에도 연락을 지속할 경우에는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간접적인 통제 수단이 마련돼 있지만, 직접 접근하는 것 자체를 물리적으로 중단시킬 만한 제도적 보완은 아직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