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등산로에서 목격된 반달가슴곰. 사람을 보자 나무에 올라간 뒤 쳐다보고 있다. 사진 유튜브
반달가슴곰(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짝짓기 시기가 도래했다. 13일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국립공원을 탐방할 때, 정해진 탐방로만 이용하고 호루라기 등 소리를 낼 수 있는 도구를 지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달가슴곰의 짝짓기철은 5월 말부터 7월까지다. 이 시기 행동반경은 봄철보다 약 5.3배 늘어난다. 실제로 반달가슴곰 목격 사례 10건 중 6건은 여름철에 발생했다.
공단은 탐방객이 출입이 금지된 샛길을 이용하다가 곰을 마주치지 않도록 600여곳에 서식지 안내 깃발을 설치했다. 공단 관계자는 “반달가슴곰은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 사람들이 오가는 탐방로에 좀처럼 오지 않는다. 규정된 탐방로만 다닌다면 만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지리산 탐방로에서 반달가슴곰이 발견된 건 10차례로, 같은 기간 지리산국립공원 탐방객(3207만명) 규모를 고려하면 매우 드문 사례라고 공단 측은 밝혔다.
또한 탐방객들에게 가급적 두 명이 이상 함께 등산하고, 곰이 미리 피할 수 있게 작은 종을 가방에 메거나 호루라기 등 소리를 낼 수 있는 도구를 지참하라고 권고했다. 곰을 마주칠 경우 먹이를 주거나 다가가지 말고, 등을 보이지 않은 채 뒷걸음으로 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젠 백두대간 어디서든 발견 가능”

지난해 국립공원공단이 반달가슴곰의 위치를 추적한 결과 봄철(분홍색)보다 여름철(파란색)에 행동 반경이 5.3배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공원공단은 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지도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지리산에 90마리, 덕유산에 3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고 있다. 올해 100마리를 넘길 것이란 예상이다. 지리산에 서식하기에 적정한 개체 수(60마리, 최대 78마리)를 훌쩍 넘긴 상태로, 덕유산·가야산 등으로 서식지를 넓히고 있다. 곰 중엔 위치 추적이 되지 않는 개체도 있다. 종 복원 사업으로 2004년부터 지리산에 방사된 1세대와 2세대엔 위치추적 장치가 있지만, 3세대엔 장치가 없다.
최태영 국립생태원 연구원은 “곰들이 이미 덕유산으로 서식지를 넓힌 지 수년이 됐다. 이젠 백두대간 어디서든 반달가슴곰이 서식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서너살의 호기심 많은 수컷이 통상 활동 반경(여름철 최대 47.68㎞)보다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강을 건넌 사례도 있다. 과거 ‘오삼이’로 불리던 수컷 KM-53은 3살이 되던 2017년, 지리산에서 80㎞ 떨어진 경북 김천의 수도산에서 발견됐다. 환경부는 반달가슴곰 종 복원 1차 목표는 달성한 것으로 보고 올해 서식지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