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가을 꿈꾸는 삼성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 대행. 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 대행. 연합뉴스

호랑이 꼬리가 보인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막판 상승세를 타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6년 만에 가을 야구를 즐겼다. 1위 결정전에서 KT 위즈에 패하고,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지만 긴 부진의 늪에서 탈출했다. 그러나 삼성은 다시 추락했다. 시즌 초반 부상 선수들이 속출했고, 좀처럼 치고올라가지 못했다. 결국 창단 최다인 13연패를 당한 뒤 허삼영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반전이 일어났다. 8월 1일 박진만 대행이 팀을 맡은 뒤 21승 16패(20일 기준)를 거뒀다. 이 기간 삼성보다 승률이 높은 팀은 LG 트윈스(23승 1무 11패) 뿐이다. 9월에는 10승 5패로 승률 1위다.

9위까지 떨어졌던 삼성에게도 가을 야구의 희망이 생겼다. 5위 KIA 타이거즈가 주춤하면서 격차가 줄었다. 지난 17·18일 열린 KIA와 2연전을 모두 쓸어담았고, 20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상대 에이스 요키시를 격파했다. KIA와는 2.5경기 차, 6위 NC 다이노스와는 1경기 차다. 남은 13경기 결과에 따라 뒤집기가 가능하다.

삼성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 사진 삼성 라이온즈

삼성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 사진 삼성 라이온즈

가장 큰 힘은 선발진이다. 삼성은 데이비드 뷰캐넌-원태인-알버트 수아레즈로 이어지는 1~3선발이 강력하다. 7월 23일 키움전에서 맨손으로 타구를 잡으려다 다친 뷰캐넌은 복귀 후 4경기에서 3승을 따냈다. 원태인의 후반기 10경기 성적은 6승 1패 평균자책점 3.34다. 수아레즈는 유독 잘 던지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아 5승(7패)에 머물렀지만, 평균자책점은 2.67로 팀내 최고다.


해줘야 할 선수들도 살아났다. 좌완 백정현은 지난해 14승을 거두고, FA 계약도 맺었다. 하지만 개막 이후 8월까지 17경기에서 12패만 당했다. 그러나 9월 들어 세 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됐다. 마무리 보직을 잠시 내려놓았던 오승환도 8월 이후 17경기에서 4승 11세이브를 기록했다. 17과 3분의 1이닝 동안 2실점 밖에 하지 않았다.


박진만 대행은 지휘봉을 잡은 뒤 야수진 기용에 변화를 줬다. 전반기에 많이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줬다. 자연스럽게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고, 팀 성적까지 올라갔다. 이해승·박승규·조민성·김영웅 등 박 감독과 2군에서 함께 지낸 선수들이 1군에서도 뛰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내야수 강한울이다. 강한울은 박 대행이 팀을 맡으면서 함께 1군에 올라온 뒤 타율 0.398(108타수 43안타)를 기록했다. 20일 키움전에선 프로 통산 2호 홈런과 함께 3안타를 때려냈다. 강한울을 가까이서 봤던 박진만 대행의 선택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강한울, 강민호, 김상수 등이 맹타를 휘두른 삼성은 월간 타율 1위(0.310)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강한울. 뉴스1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강한울. 뉴스1

무엇보다 끝까지 해보자는 팀 분위기가 생겼다. 8·9월 삼성이 거둔 21승 중 절반에 가까운 10승이 역전승이다. 강민호는 18일 KIA전에서 이긴 뒤 "아직 (가을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보시는 것처럼 포기했으면, 이렇게 경기를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일정도 삼성에게 나쁘지 않다. KIA와 NC는 22~24일 창원에서 3연전을 치른다. 두 팀이 총력전을 벌이고, 승패를 나눠갖는 게 삼성이 바라는 그림이다. 이후 삼성은 24일 하루를 쉰 뒤 25일 KIA와 대구에서 맞붙는다. 다시 이틀을 쉰 뒤엔 창원과 대구를 오가며 NC와 2연전(28~29일)을 치른다. 삼성이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