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인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로이터·AP 통신 등에 따르면 구테흐스 총장은 "지구가 불타고 가계 예산이 쪼그라드는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 기업은) 수천억 달러의 보조금과 횡재 이익을 얻고 있다"며 "오염자들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모든 선진국이 횡재 이익을 얻고 있는 화석연료 기업에 세금을 부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AP는 특히 "대가를 치러야 한다(must pay)"는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외교관이 쓰기엔 비정상적으로 '냉혹한(stark)' 언어라며, 그가 선진국의 행동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나아가 이 기금의 용처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기금은 기후 변화로 인한 손실·피해를 겪는 국가와 식량·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발언은 영국이 석유·가스 기업에 횡재세를 물리고, 이 기금으로 가계의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기로 한 가운데 나왔다. 또 유럽연합도 석유 기업 등에 횡재세를 부과해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고통을 겪는 소비자를 위해 1400억 유로(약 194조원)를 조달할 계획이며, 미국도 이와 같은 안을 추진 중이다.
AP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석유 기업은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보고했다. 지난 2분기 엑손모빌은 178억 달러(약 24조원), 셰브런은 116억 달러(약 16조원), 셸은 115억 달러(약 16조원)의 이익을 냈다. 에너지 기업의 전례 없는 수익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폭등한 국제유가에 기인한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연설 후 덴마크는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아프리카를 지원하기로 했다. 플레밍 묄러 모르텐센 덴마크 개발부 장관은 이날 열린 유엔총회 부대 행사에서 기후변화로 고통을 겪는 개발도상국에 1300만 달러(약 18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모르텐센 장관은 2022년 자국 예산법에 따라 배정된 이 기금을 아프리카 서북부 사헬을 비롯한 기후변화 취약 지역에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후 위기에 가장 작은 영향을 끼친 세계의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기후 변화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것은 매우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덴마크가 기후변화 취약국가에 대해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보상을 실질적으로 처음 제시한 국가라고 보도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용어인 손실과 피해는 인간 활동으로 촉발된 지구 온난화로 발생하는 해수면 상승과 극단 기상 등 인간이 적응할 수 없는 수준의 기후변화 악영향을 말한다. 앞서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 지난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6)에서 100만 파운드(약 15억원) 투자를 약속한 적이 있으나, 이는 선진국의 참여를 촉구하는 '상징적' 조치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날 유엔총회에서 연설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도 국제사회를 상대로 선진국이 기후변화로 고통을 겪는 개발도상국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AP에 따르면 마르코스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미 오래전에 대책을 논의했어야 한다"며 "선진 산업 국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개도국을 돕기 위해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 변화에 상대적으로 책임이 크지 않은 나라들이 오히려 더 많이 고통받고 있다"며 "이런 불공정은 반드시 개선돼야 하고 책임이 있는 국가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산업화가 시작된 1751년부터 2017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절반은 선진국에서 나왔다. 미국이 25%로 가장 많고, 유럽연합(EU) 영국이 22%, 중국이 12.7%로 뒤를 이었다. 또 유엔개발기구에 따르면 현재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는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