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뉴스1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공급망 악화 같은 악재에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갔던 수출이 흔들리는 게 뼈아프다. 6월(5.3%)부터 한 자릿수로 둔화한 수출 증가율이 아예 마이너스로 바뀌는 모양새다. 남은 열흘 동안 수출이 크게 늘지 않는다면, 수출 증가율은 2020년 10월 이후 2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하게 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무역수지를 지탱해주던 수출까지 줄어들면 경제 성장 엔진이 꺼져간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무역적자가 고착화하면서 외국 투자자 등에게 '기초 체력 약화'라는 부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관세청 관계자는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1.5일) 등으로 수출액이 줄었다"며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역수지는 1997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연간 누적 무역적자 폭도 292억1000만 달러(약 40조7000억원)로 확대됐다. 이젠 연간 무역적자 300억 달러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수입은 가스(106.9%), 원유(16.1%) 등 주요 에너지원을 중심으로 급증세가 지속됐다. 국내 무역 전선을 짓누르고 있는 ’에너지 리스크‘가 이달 들어서도 여전히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 또한 중국(3.1%), 미국(8.3%), 사우디아라비아(32%) 등 주요국에서의 수입액도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최근 들어 흔들리는 대(對) 중국 무역수지는 9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월말까지 이러한 추세를 이어가면 지난 4월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흑자를 나타낼 수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수출입동향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우선 현장 애로가 큰 물류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예비비 120억원을 빠르게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물류비를 직접 지원하는 한편 수출 바우처, 수출 상담회 등도 지원하게 된다. 주력 수출산업과 유망 신산업 등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대중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한 구조적 문제에도 적극 대응한다. 또한 에너지 수급·가격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에너지 절약과 이용의 효율화 방안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환율 불안, 가스대란 우려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빠른 무역수지 반등은 쉽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 6~15일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에 물었더니 이들의 40%는 올해 무역적자 규모를 300억 달러 이상으로 전망했다. 또한 60%는 무역적자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글로벌 경기 부진 등에 따라 컴퓨터-반도체-무선통신기기 순으로 하반기 수출 하락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됐다. 수출입과 직결되는 달러당 원화 값도 향후 1423원(평균 전망치)까지 갈 것으로 봤다.
이들 전문가는 현 상황에서 정부가 중점을 둬야 할 경제 대책으론 '환율 안정 등 금융시장 불안 차단'(28.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무역수지 적자가 내년 초까지 이어지고 환율도 1400원대로 뛸 것으로 전망되는 등 무역과 환율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